'Love Wins All', 대혐오의 시대에 아이유가 찾은 답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1.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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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ove Wins All' 뮤직비디오/사진='Love Wins All' 뮤직비디오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한다."

아이유가 신곡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트랙 인트로에 가장 처음으로 적은 문구다.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이 시대에 혐오가 곳곳에 존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아이유가 내놓은 답은 사랑이다. 이 역시 애써 찾지 않아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응당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노래 제목이 정해지는 과정부터가 혐오와 사랑으로 뒤엉켰던 '러브 윈즈 올'을 듣고 있으면 아이유가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진하게 와닿는다.

아이유는 24일 오후 6시 새 앨범의 선공개곡 'Love wins all'(러브 윈즈 올')을 공개했다. 2021년 발매한 미니앨범 '조각입'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의 신곡이다. '러브 윈즈 올'은 미니멀하고 빈티지한 피아노 인트로로 운을 띄워 맥시멈한 아웃트로에 이르기까지 기승전결이 확실한 발라드곡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투하듯 휘몰아치듯 보컬과 화려한 심포니를 연상시키는 악기 구성들이 감정을 극대화한다.



4분 32초의 '러브 윈즈 올'은 '비밀', '이름에게', 'Love poem', '아이와 나의 바다' 등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아이유의 대곡 발라드 시리즈를 이어간다. 아이유의 섬세한 보컬 테크닉과 레인지 넓은 멜로디의 조화,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고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맨 끝에 다다르고, 아이유의 마지막 숨 한 마디까지 집중하게 된다.

아이유는 '러브 윈즈 올'이 이번 앨범을 통해 팬들에게 바치는 두 곡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팬송'이라고 볼 수 있지만, '러브 윈즈 올'이 노래하는 사랑은 단순히 아티스트와 팬들 사이의 사랑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기 멀리 from Earth to Mars 꼭 같이 가줄래? 그곳이 어디든, 오랜 외로움 그 반대말을 찾아서" "결국, 그럼에도, 어째서 우리는 서로일까" 등의 가사에는 그 어떤 조건 없이 서로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목의 가진 '사랑이 이긴다'는 말은 아이유가 평소에도 자주 하는 말이자 신념이다. 과거 '세상에 정나미가 떨어지더라도 사람끼리는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아이유는 한 화보 인터뷰에서 '사랑이 이긴다는 명제는 내 삶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고 밝혔다. '분명 사랑이 만연한 때는 아닌 듯한' 지금의 사회에서 아이유가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유 역시 자신의 굳건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진='Love Wins All' 뮤직비디오/사진='Love Wins All' 뮤직비디오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에도 이러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아이유와 방탄소년단 뷔의 출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주목 받은 엄태화 감독이 연출을 맡아 주목받기도 했다. 흥미로운 상징과 설정으로 가득 찬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는 'N차 관람'을 유발했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팬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세부적인 디테일은 달랐지만, 대부분의 해석은 사랑이 가지는 위대한 힘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엄태화 감독도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자신이 의도한 해석을 공개했다. 엄태화 감독에 따르면 아이유와 뷔를 추격하는 네모는 주인공들을 향한 차별을 뜻하며 나아가 우리 일상에서 만연한 각종 차별과 억압을 의미한다. 사전 프로모션 콘텐츠마다 등장했던 캠코더는 인물들의 내적, 외적인 모습을 뛰어넘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장치다. 두 사람이 입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는 가장 상투적인 사랑의 결실이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드레스와 턱시도는 현실에서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형식들이 과연 본질을 보여주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엄태화 감독은 "세계관 자체가 현실과 달리 이질적이고 추상적인 설정인 만큼 뮤직비디오에 대한 여러 시각에 따른 다양한 해석들 역시 환영한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면, '러브 윈즈 올'에 담긴 '이긴다'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다. 뮤직비디오 속 아이유와 뷔는 끝내 큐브를 물리치지 못한다. 다만, 함께 떠오르며 사라질 뿐이다. 가사에도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줄래?" "산산히 나를 더 망쳐 Ruiner 너와 슬퍼지고 싶어 My lover"라는 내용이 있으며 아이유는 "당신들이 내게 그래 주었듯 나도 당신들의 떠오름과 저묾의 순간에 함께하는 사람이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찬란한 순간뿐만 아니라 추락하는 순간에도 사랑하고 싶다는 메시지는 사랑의 승리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사진='Love Wins All' 뮤직비디오/사진='Love Wins All' 뮤직비디오
'러브 윈즈 올'이라는 제목이 나온 과정마저 혐오와 사랑의 구조가 담겨있다, 이번 선공개곡의 제목은 원래 'Love Wins'였다. 그러나 이후 성소수자 집단으로부터 항의가 이어졌다. 'Love Wins' 라는 문구가 2015년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성소수자 집단이 내세운 슬로건이자 현재까지도 다양한 퀴어퍼레이드에서 쓰이는 문구이기도 때문이었다. 이들은 아이유의 노래로 인해 퀴어 구호로서의 맥락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러브 윈즈'라는 슬로건이 그 전부터 쓰이던 문구이고 특정한 문구가 개인 또는 집단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는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사랑의 필요성을 역설한 노래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려는 상황이 벌어지자 아이유 측은 "이 곡의 제목으로 인해 중요한 메시지가 흐려질 것을 우려하는 의견을 수용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두를 더욱 존중하고 응원하고자 한다"며 '러브 윈스 올'로 제목을 변경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유가 던진 사랑의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닿았다. '러브 윈즈 올'은 발매와 동시에 멜론 톱100, 핫100 1위에 올랐다. 특히 발매 1시간 만에 기록한 멜론 톱 100 1위는 2021년 8월 차트 개편 이후 여자 아티스트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이 밖에도 지니, 벅스 등 주요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3개 지역에서 아이튠즈 톱 송차트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뮤직비디오 역시 16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올랐다. 폭발적인 인기보다 중요한 건, 이로 인한 변화다. 혐오에 맞서는 사랑을 강조한 아이유의 바람대로 사랑은 결국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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