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맛과 멋을 맥주에 담다

머니투데이 신재은 기자 2024.01.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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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희망, 강한 소상공인을 만나다]칼리가리브루잉 인천맥주, 지역과 호흡하는 로컬맥주기업

편집자주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 지역과 상생하는 아이템, 돋보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상공인이 그들이다. 중소기업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로컬브랜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로컬브랜드’ 선정 기업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고 반짝이는 로컬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본 기획은 로컬브랜드 유형을 운영한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한다.

시원한 청량감으로 여름밤 생각나는 라거, 독특한 향과 깊은 맛으로 마실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에일.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많은 매력을 가진 술, 맥주다. 인천에 위치한 칼리가리브루잉은 맥주에 지역의 맛과 멋을 맥주에 담아 생산하고 있다.

나고 자란 곳 인천에서 양조장을 열다
▲칼리가리브루잉이 생산하는 맥주들/사진제공=칼리가리브루잉▲칼리가리브루잉이 생산하는 맥주들/사진제공=칼리가리브루잉


칼리가리브루잉(인천맥주)은 자체 양조장을 운영하며 수제맥주를 생산 및 유통하는 지역맥주회사다. 박지훈 칼리가리브루잉 대표는 2010년부터 칵테일과 와인을 파는 공간을 운영하며 주류업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우연히 홈브루잉(맥주나 기타 술 음료를 소규모로 양조하는 것)을 배운 박 대표는 수제맥주의 매력에 매료됐고, 2016년 수제맥주 펍인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매장을 열었다.



박 대표는 2017년 양조장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맥주 생산에 나섰다. 그는 “운영하는 매장이 늘어나 자체 레시피로 위탁생산을 맡겼는데 맛이나 퀄리티 등 콘트롤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양조장 운영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박 대표는 양조장이자 맥주 판매장인 ‘인천맥주’의 위치를 인천으로 정했다. 그는 “저는 인천사람이고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인천에 터를 잡고 있기 때문에 가장 잘 알고 편한 곳도 이곳”이라며 “인천에서 의미있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소소한 애향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의 특색을 온전히 담은 ‘개항로맥주’
▲개항로맥주 포스터/사진제공=칼리가리브루잉▲개항로맥주 포스터/사진제공=칼리가리브루잉
다양한 수제맥주를 생산하던 칼리가리브루잉은 로컬맥주인 ‘개항로맥주’를 출시했다. 개항로의 사람, 문화, 역사를 브랜드에 녹여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박 대표는 “양조장인 인천맥주가 위치한 개항로는 과거 굉장한 상업지역이었으나 현재는 구도심화 돼있는 지역이다. 이곳엔 40년 이상된 노포가 60개나 있고 그 중 100년가게 인증 업소가 48곳이나 있는 특색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특징을 살려 개항로맥주의 모델은 극장간판을 그리셨던 최명선 어르신이, 맥주 로고에 들어가는 필체는 60년째 수제 목간판을 만드는 전원공예사 전종헌 어르신이 맡았다. 박 대표는 “이름만 빌려 쓰는 협업이 아닌 지역민과 함께 만드는 작업을 통해 지역성이 뚜렷하게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장인이 직접 목각한 글씨체, 거친 바다사내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 옛스러운 병 모양, 음용성 뛰어난 맛, 인천에서만 판매하는 제한성 등이 개항로맥주의 특징이다. 개항로맥주는 인천의 식당과 선술집, 맥주집 등의 업장과 마트 등 350여 곳에서 판매된다. 박 대표는 “인천에 방문해야만 마시거나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업장의 사장님들도 지역에 국한돼 판매되는 특별한 맥주다 보니 많이 판매하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노포와 함께한 ‘마계인천 프로젝트’
▲마계인천 프로젝트 현장 모습/사진제공=칼리가리브루잉▲마계인천 프로젝트 현장 모습/사진제공=칼리가리브루잉
칼리가리브루잉은 지역과 지속적으로 협업을 진행한다. 2022년부터 시작한 ‘마계인천 프로젝트’는 지역 소상공인 업장과 협업해 한정판 맥주를 4500~6000병 가량 생산하고, 해당 업장에서 런칭파티를 열어 업장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이다. 업장의 로고를 맥주병에 담고, 맥주 맛도 업장의 메뉴나 분위기에 맞춰 다르게 생산한다. 재즈클럽과 협업할 때는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캐릭터를 병에 그려넣는 식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6회의 행사를 진행했고, 업장의 메뉴가 일찍이 완판되며 당해년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수확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변 상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협업하다보니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이뤄진다.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으로 다양한 시도 가능해져”
▲박지훈 칼리가리브루잉 대표/사진제공=칼리가리브루잉▲박지훈 칼리가리브루잉 대표/사진제공=칼리가리브루잉
칼리갈리브루잉(인천맥주)은 지난해 ‘로컬브랜드’ 유형의 강한소상공인으로 선정됐다. 지역성에 기반한 유망 소상공인을 선정해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고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칼리가리브루잉은 이 사업을 통해 인천맥주의 특징이 담긴 1.5리터 짜리 댓병 맥주를 제작해 명절 선물 패키지로 생산했고,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나 아티스트를 초대해 노포 매장에서 팝업 행사도 운영했다. 평소 구상하던 프로그램을 지원 사업을 통해 진행할 수 있었고 인천 지역 외 고객도 많이 찾아오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도 얻었다.

박 대표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이 운영하는 ‘로컬브랜드’ 유형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네트워킹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지역(로컬)에서 소상공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매장을 직접 둘러볼 수 있어서다. 그는 “여러 대표님들과 소통하며 나만의 사업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을 환기할 수 있던 점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로컬에서의 사업을 준비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 연구를 진행한 후에 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박 대표가 고향인 인천에서 시작했듯이 말이다. 이어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올해는 좀 더 고객들과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 외부 매장을 추가 개점하고 지역활성화를 위해 더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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