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약바이오 이종결합, 신의 한 수 되려면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4.01.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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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기업 간 M&A(인수합병) 자체가 이례적인 결정은 아닙니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해서 덕을 톡톡히 보고 있고, 국내에선 한화가 삼성에서 방산업체를 인수해 성공했죠. 실패 사례도 있긴 하지만요."



최근 기자와 만난 경영학 교수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종산업 간 M&A가 활발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3건의 M&A(인수합병)가 발생했다. 파멥신이 타이어뱅크, 한미약품이 OCI,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오리온과 손을 잡았다. 공통점은 모두 인수자가 제약바이오 기업이 아니란 것이다.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섞여나왔다. 공교롭게도 기대와 우려의 배경은 같다. 제약바이오 본업인 '신약 개발'의 특수성이다.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간은 약 10년, 비용 1조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과정을 거친다 해도 성공 가능성이 1%도 안 된다. 하지만 성공만 하면 10여년간 매년 수조원의 잭팟(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기대론자들은 양측이 M&A로 부족했던 퍼즐 조각을 확보했단 점을 주목한다. 피인수회사(제약바이오)는 신약 개발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력, 인수회사는 신성장 동력이다. 코로나19 이후 제약바이오는 고금리, 고물가 등 여파로 자본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먹거리인 파이프라인까지 정리할 정도로 어려움이 크다.

우려론자들은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 비용이 드는 것을 인수회사가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과거 제약시장에 도전했다 철수한 국내 대기업 사례도 적지 않다. 롯데가 2002년 아이와이피엔에프, 한화가 2004년 에이치팜을 인수하면서 제약시장에 뛰어들었지만 10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CJ, 아모레퍼시픽 등도 그랬다.

의사결정은 이뤄졌다. 이제 옳다, 그르다는 시간에 맡기고 과정에 집중할 때다. 과정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각 산업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인수회사는 신약개발 특수성을 이해하고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 제약바이오도 신약개발 실력을 꾸준히, 다각도로 입증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이종결합이 구글의 유튜브 인수처럼 모두에게 득이 되는 신의 한수가 되길 바란다.


[기자수첩]제약바이오 이종결합, 신의 한 수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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