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교섭거부' CJ대한통운, 2심도 패소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이병권 기자 2024.01.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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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24일 서울고법 앞에서 열린 원청 CJ대한통운의 노조법상 사용자성 여부에 관한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24. /사진=뉴시스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24일 서울고법 앞에서 열린 원청 CJ대한통운의 노조법상 사용자성 여부에 관한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24. /사진=뉴시스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기사 노동조합과 직접 교섭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부당노동행위 판정에 불복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6-3부(부장판사 홍성욱)는 24일 CJ대한통운이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국내 택배업체 대다수는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인 대리점(집배점)과 배송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배송망을 운영한다. 택배기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상대방은 대리점이다.

택배기사들이 모인 전국택배노조는 원청업체인 CJ대한통운이 "실질적 사용자는 본사가 아닌 대리점"이라며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자 구제를 신청했고, 중노위는 2021년 6월 재심 끝에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CJ대한통운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대리점이어서 자신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중노위 판정에 불복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월 1심에서 패소했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체결한 사람 외에도 사업주로서 권한·책임을 일정 정도 담당하고 근로자를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선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수많은 대기업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간접고용·특수고용 계약을 형식적으로 체결해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전국 2000곳 대리점의 존재를 부정 당한 판결"이라며 "택배산업의 현실을 외면해버린 판결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리점연합은 "원청과 교섭해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체결한 계약은 종잇장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며 "대법원은 택배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대리점의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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