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건축·재개발 공사비 갈등은 계속된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4.01.2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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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에 유리한 건 하나도 없네요. 공사비 인상 근거만 더 생겼어요."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공사비 분쟁을 막기 위해 마련한 것이지만 분쟁의 핵심을 짚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사비 인상의 핵심은 3베이를 4베이로 구조를 변경하거나 지하주차장 확대, 커뮤니티 고급화, 층수 상향 등과 같은 큰 덩어리의 설계변경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공사비 인상은 조합에서 검증하기가 어렵다. 시멘트나 철근 등 물량 증가에 따라 공사비에 증가하게 되는데, 이런 건설업 전문영역을 전문성이 없는 조합이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공사비 인상이 과도하다며 시공사에 맞서면서 갈등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준공사계약서에는 공사 계약을 맺을 때 시공사가 '세부 산출내역서'를 제시해 함께 첨부하도록 했다. 현재는 공사비를 '3.3㎡당 600만원'식으로 뭉뚱그려 제시했는데 세부 내역을 첨부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세부 산출내역서는 마루나 주방가구, 샤워기 등과 같은 마감재 단가 내역에 그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마감재에 대한 공사비는 단가나 개수에 따라 비용이 명확한 편"이라며 "하지만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조합에서 사실 검증할 수 없는데, 가장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대책은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는 검증 절차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착공 이전에 시공사와 본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조합에 공사비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맡길 수 있도록 했다. 검증은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검증 결과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 게다가 검증도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에 그친다.

결국 조합에 마지막 남은 카드는 '분쟁조정위원회'다. 위원회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해 조정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시공사가 공사비를 올릴 수 있는 근거는 추가로 마련됐다. 착공 이후에도 특정 자잿값이 급등하는 경우 물가상승을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이대로라면 공사비 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기자수첩]재건축·재개발 공사비 갈등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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