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파산' 악몽이 또…하도급 업체 "돈 못 받았다" 태영건설 '후폭풍'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4.01.24 13:44
글자크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보고서…응답 현장 88%에서 대금 미지급·지급기일 변경 등 발생

빨간불 켜진 태영건설 /사진=임한별(머니S)빨간불 켜진 태영건설 /사진=임한별(머니S)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 영향으로 하도급 공사 현장 90여곳에서 대금 미지급 등 업체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태영건설의 기업 부실 문제가 하도급 업체 등 건설업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24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진단과 하도급업체 보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가 태영건설 하도급 공사를 수행 중인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장 92곳에서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태영건설 하도급 공사를 하는 452개 사 현장 862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71개 사 104곳이 조사에 응답했다. 하도급대금 지급 방법, 지급 시기, 대금 보호장치 여부, 예상 피해사례 등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 현장 14곳에서 대금 미지급이 발생했다. 50곳에서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이 60일에서 90일로 변경되는 식으로 대금지급기일이 변경됐다. 다른 12곳은 현금 대신 어음이나 외담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결제 수단이 변경됐고, 2곳은 직불 전환됐다. 또 어음할인 불가 등도 14곳이 있었다. 조사에 응답한 현장 중 88%에서 직간접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연구원은 태영건설 사태 외에도 향후 종합건설업체 부도 발생 시 이러한 하도급업체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 제도가 있지만 제도상 허점 등으로 피해를 100% 보상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잔액 134조3000억원…과거 동아건설·쌍용건설 사태 때 하도급업체 연쇄 위기 빠져
현재 건설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4조3000억원이다. 상위권 건설사는 순차입금 증가로 재무안정성이 악화하고, 중견건설사도 유동성 대응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PF발(發) 유동성 이슈는 해당 기업에 그치지 않고, 수백 개의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동아선설 부도로 389개 업체들이 연쇄 부도처리 됐다. 2013년 쌍용건설 워크아웃 때는 800여개 하도급업체가 신용불량업체로 분류됐다.

홍성진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태영건설과 같은 유사한 사례가 지속될 수 있다"며 "하도급업체는 건설 자재·장비업자, 노동자 등 서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하도급업체 우선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도급업체의 부실에 대응한 하도급업체 보호 방안으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제안했다. 다만 보증기관마다 지급 보증 약관이 상이해 하도급업체의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하도급법'을 준수해 보증기관 약관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증약관 표준화와 함께 지급보증 의무화 등 하도급업체 보호 방안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발주자와 수급인 하수급인의 직불 합의 시 발주자의 지급 능력이 부족하거나 발주자와 수급인이 계열관계인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서다. 발주자와 수급인의 동반 부실로 직불 합의에도 대금 체불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건설업계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액은 2020년 6조4000억원에서 2022년 43조7000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신용등급이 높은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가 폐지된 영향이 크다. 태영건설도 1096건의 하도급 계약 가운데 1057건(96.5%)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에 가입돼 있거나 발주자 직불 합의로 나타났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