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중국 다롄 반도체 팹. 아직 인텔 로고가 공장 단지 외관에 붙어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앞서가며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높아지자 '트럼프 시즌2'가 한국 반도체 업계에 적지 않은 시련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가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하면 조 바이든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일부 미국산 첨단장비를 들일 수 있게 무기한 관련 규제 면제를 허용한 게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로부터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다롄 공장을 90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거래 성사 후 몇 년째 설비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와카스기 마사히로는 "다롄의 SK하이닉스 공장은 미국의 규제로 인해 한국 칩 제조업체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잘 보여준다"며 "최근 미국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선과 그 이후의 미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SK하이닉스가 다롄에서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것은 여전히 합리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은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칩 제조를 5% 이상 늘릴 수 없다.
블룸버그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존 중국 공장을 매각하려 해도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할 수 있고 미국이 중국 입찰자에게 매각을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다만 앞서 SK하이닉스는 성명을 통해 "다롄의 팹 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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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국의 대미 투자는 급증하고 중국 투자는 정체되고 있다. 아직 보조금은 받지 못했으나 SK하이닉스가 미국 칩 패키징 공장에 15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고, 삼성전자 역시 텍사스주 테일러에 공장을 계획 중이다. 이달 초 발표된 월간 대미 수출액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