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의 경고'..금융사 PF 브릿지론 충당금 1~2조원 늘어난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01.23 16:30
글자크기

만기연장·이자유예한 브릿지론, 충당금 적립률 정상→고정 이하로 재분류해야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연장을 하면서 이자를 유예해 준 금융회사에 '엄중 경고'했다. 부실 사업장 브릿지론은 예상손실 100%를 반영, 지난해 실적에 충당금으로 쌓으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증권사,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충당금 부담이 1조~2조원 늘 것으로 추정된다. 부실 PF 사업장 매각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이복현 "손실인식 회피하고 배당·성과급하는 금융사 엄중 책임 묻겠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3일 금감원 주례 임원회의를 통해 "정상적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마저 만기 연장 등 부실 사업장 정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특히 저축은행을 겨냥, "연체율이 상승하고 부실우려 사업장이 확대되는 등 부동산PF 부실 정리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진단한 뒤 "여력이 있는 범위 내에서 충당금을 최대한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2년말 1.19%에서 지난해 9월말 2.42%로 뛰었으며 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2.05%에서 5.56%로 2배 이상 올랐다.

부실 사업장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금융회사가 만기연장·이자유예 등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소극적이라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공매 유찰 후 협약을 통한 만기연장·이자유예를 하거나 사업성 부족 등으로 협약 중단 및 공매 유찰 후 대주단이 협약 재추진하는 등의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3가지 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열거했다. △본PF 전환이 장기간 안 되는 브릿지론은 지난해 결산에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쌓고△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은 본PF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며△금융회사가 담보로 잡은 땅값의 가격 하락분을 엄정 평가해 손실로 인식하라는 주문이다.

'이복현의 경고'..금융사 PF 브릿지론 충당금 1~2조원 늘어난다
'이복현의 경고'..금융사 PF 브릿지론 충당금 1~2조원 늘어난다
2금융권 브릿지론 충당금 1~2조원 더 쌓아야할듯..금감원 실태점검 예고
당장 브릿지론을 많이 한 2금융권은 지난해 결산에 약 1~2조원대 충당금 부담이 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전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0조원이며 이 중 브릿지론이 약 30조원(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추정), 본PF 100조원에 달한다. 브릿지론과 본PF 대출의 70%, 50%가 만기연장 분으로 대출잔액이 각각 21조원, 50조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만기연장에 이자가 유예된 브릿지론의 경우 현재 정상대출로 분류해 업권별로 0.5~2% 충당금을 적립했으나 이를 요주의·고정이하 여신으로 재분류하면 적립률이 10~30%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약 1조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이 취급한 토지담보대출은 PF 대출이 아닌 일반 대출수준으로 충당금을 적게 쌓은 실정이다. 일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금감원 권고에 따라 토담대 충당금을 강화해 순익이 크게 줄거나 적자전환했다.


올해는 충당금 부담은 더 불어난다. 이 원장 지시에 따라 본 PF 대출 중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자산재평가로 토지가치가 회수예정가격의 20% 아래로 떨어지면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조원대로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 만기연장이 아니라 사업장 매각 등 PF 구조조정이 본격화 한다. "4월 총선 이전까지 PF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반대다.

대다수 금융회사가 지난해 실적을 이미 가결산 했으나 이 원장 주문에 따라 충당금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지난해 실적은 3월쯤 확정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결산이 끝나는 대로 금융회사의 충당금 적립 실태를 면밀하게 점검할 계획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