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국가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데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개별사건별로 쟁점들이 많아 선고형량이 쉽게 높아지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기술유출 수법이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데 비해 재판부의 전문성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법조계에서는 양형강화 방향을 환영한다면서도 '1호 판결'이 나와봐야 양형위 결정의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태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기술유출 사건은 회사를 재직했던 사람이 영업비밀 자료를 그대로 가져가서 해외로 가져가는 전형적인 사례들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사유가 있을 수 있다"며 "엔지니어들에게도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그것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거나, 회사 직원이 아니라 협력회사에서 기술이 유출됐는데 그곳이 공동개발자에 해당하는 등 개별 사안들을 보면 (중형을 선고하기) 애매한 것들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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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돼 수사단계부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국내에서 증거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진술이나 정황증거가 매우 중요한데, 이는 구속수사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피의자의 구속여부가 경찰이 결정적 진술을 받는 데 큰 차이를 만든다. 피의자가 구속될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믿음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데, 그것조차 장담하기 어려워 맥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특히 법조계는 기술유출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앞으로 생성형AI도 국가핵심기술에 들어갈텐데, 이러한 기술침해와 관련해 재판부가 잘 알아야 과한 처벌이나 불필요하게 가벼운 처벌이 안 될 수 있다"며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원님재판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이것을 다루는 법률가나 행정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숙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기술유출 사건은 전담재판부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판사도 사건과 관련 이슈들을 잘 알아야 선고도 잘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 실수할까 싶어 적당하게 선고하는 게 아니겠냐"며 "재판단계로 넘어가면 심리과정도 너무 답답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판사들이 제일 기피하는 사건 1호가 기술유출 사건이라 인사철엔 떠날 때까지 재판을 미루다 후임에게 사건을 넘기곤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형로펌 변호사는 "전문인력의 이직을 통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전문인력 지정 및 관리제도 운영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현실화하고, 연구개발자들에 대해 이직 제한에 따른 합당한 수준의 대가나 처우를 개선하고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