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특정 핵심광물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우려기업(FEOC)을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형 흑연 100% 중국산...한시적 허용해야"현대차그룹은 중국이 2022년 기준 전세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도 포함해달라고 제안했다.
또 원산지를 추적하는 게 불가능해 FEOC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배터리 소재 명단을 신속히 발표해달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에서 "규정안을 따르는 데 필요한 조정을 하려고 전념하고 있지만 현 시장 환경을 무시할 수 없고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공급망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규정안이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변화를 강제한다면 현대차그룹은 최선의 노력에도 미국이 설정한 정책 목표를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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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냈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달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주장했다.
IRA로 미국 투자만 555억달러...한국 말 먹힐까
(워싱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1년 행사서 연설을 갖고 “IRA 법은 미국의 일자리 및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8.1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2년 8월 이후 1년간 발표된 외국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 중 1억달러(약 1340억원) 이상 규모를 집계한 결과, 한국 기업이 내놓은 프로젝트가 20건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기업들의 프로젝트가 19건으로, 유럽 전역의 투자 약속보다 한국이 더 많다.
한국 기업들은 이처럼 미국에 많은 투자를 약속했지만 IRA 시행 과정에서 아무런 배려를 받지 못했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올해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은 19개다. 제조사별로 보면 쉐보레 2개, 크라이슬러 1개, 포드 3개, 지프 2개, 링컨 1개, 리비안 5개, 테슬라 5개 등으로 현대차그룹은 없다.
이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할인해 판매하기로 했다. 전기차 가격경쟁력을 위해 세액공제액 만큼 할인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많은 투자를 약속하고도 현재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정부로부터 원하는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