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줍줍'했는데 하루 만에 '-90%'…홍콩 주식의 수상한 폭락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1.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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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가 찾아드립니다.

한국인들 '줍줍'했는데 하루 만에 '-90%'…홍콩 주식의 수상한 폭락


국내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홍콩 주식이 하루만에 80~90%대 폭락하는 일이 반복된다. 반년에 걸쳐 주가가 서서히 오르다 국내에서 매수세가 모여들면 하루이틀만에 주가가 내려앉는 형태다. 투자자들은 유명인이나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한 리딩방에 속았다며 피해를 토로한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홍콩 증시에서 많이 매수한 종목 2위는 중보신재그룹(HK:2439), 3위는 키즈테크홀딩스(HK:6918)다. 한달간 중보신재그룹에는 1217만여달러(약 162억9109만원), 키즈테크홀딩스에는 1162만여달러(약 155억5478만원)어치 매수세가 몰렸다.



두 종목에 대한 매수세는 이례적이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흐름을 볼 수 있는 매수 상위 종목 통계에는 대부분 대형주나 ETF(상장지수펀드)가 올라온다. 같은 기간 홍콩 주식 매수 상위 종목은 4위 텐센트, 5위 알리바바, 6위 비야디(BYD), 8위 메이투안, 9위 샤오미 등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다.

반면 중보신재그룹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플라스틱 제품 제조 업체다. 중국 길림성에 본사를 둔 중보신재그룹은 2014년 설립됐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지 1년을 갓 넘긴 새내기주다. 키즈테크홀딩스도 마찬가지로 중국에 본사를 둔 장난감 및 어린이 제품 업체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도 증권사의 분석 리포트가 없을 정도다.



그보다 더 이례적인 건 주가 흐름이다. 두 종목은 약 반년에 걸쳐 주가가 서서히 오른 뒤 하루이틀만에 폭락했다. 중보신재그룹은 지난해 9월7일 0.49홍콩달러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올라가 지난 12일에는 2.88홍콩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 19일 64.07%, 이날 60.31% 내리면서 불과 이틀간 주가가 85.74% 빠졌다.

한국인들 '줍줍'했는데 하루 만에 '-90%'…홍콩 주식의 수상한 폭락
키즈테크홀딩스도 그보다 앞서서 같은 주가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7월26일 0.36홍콩달러대였던 주가가 꾸준히 올라가 지난달 22일 2.5홍콩달러를 찍었다. 이어 27일 하루만에 90% 빠졌다. 이날 종가와 비교하면 딱 한 달만에 주가가 92.76 % 내렸다. 국내 투자자 매수세가 몰린 직후 최고가를 찍은 뒤 주가가 빠진 점이 똑같다.

이와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인 종목이 또 있었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중국 가사 서비스 업체인 이홈하우스홀딩스(EJH)의 주가가 61.25%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한 리딩방에서 며칠 만에 3~5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한 종목이었다. (관련 기사: "큰 돈 번다" 찍어준 주식 급등, 또 샀더니…'89% 폭락' 패닉)


EJH의 사례처럼 주가 폭락 이후 중보신재와 키즈테크홀딩스의 종목토론방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빼곡하다. 유명인이나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한 리딩방에서 '멘토'와 '교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종목이라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난 사람이 추천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로맨스스캠'을 주장하는 투자자도 있다.

이처럼 국내 투자자가 리딩방에 속아 매수한 해외 주식이 폭락하는 사례가 반복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하려는 목적으로 추가 매수에 나서는 사례도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리딩방을 통해 중국 주식을 매수한 뒤 80%대 손실을 본 투자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시가총액이 얼마 되지 않는 기업인데 투자금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보다는 추가 매수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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