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욱 털보페인트 대표와 팀원들이, 30년돼 낡은, 인천 남동소방서 훈련탑 건물을 페인트로 깔끔하게 칠하고 있다. 칠하기 전(왼쪽)과 칠한 후(오른쪽)를 비교하면 훨씬 좋아보인다. 시민들이 보기에도 좋다며, 119 대원들은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더 가까이 다가가겠단 바람으로 '당신 곁에 119'란 글씨도 크게 넣었다./사진=남형도 기자](https://thumb.mt.co.kr/06/2024/01/2024012209443783441_1.jpg/dims/optimize/)
![/일러스트= 조보람 작가(@pencil_no.9)](https://thumb.mt.co.kr/06/2024/01/2024012209443783441_2.jpg/dims/optimize/)
예컨대, 아파트에서 고층 화재가 났을 때 옥상에 로프를 설치해 들어가는 등 구조를 하는 거다. 위급 상황에서 빠르게 생명을 살리기 위해 훈련탑을 쓴다. 이는 구조대원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수많은 소방대원의 땀과 발자국으로 30년된 훈련탑은 낡아갔다. 페인트칠은 벗겨졌다. 그로 인해 안 좋은 물질이 나올 우려도 있었다.
"남동소방서 건물에 페인트 시공을 해드리고 싶어요. 가격은 무료입니다."
![30년돼 낡은 소방서…'공짜'로 페인트칠 해준 사람[인류애 충전소]](https://thumb.mt.co.kr/06/2024/01/2024012209443783441_3.jpg/dims/optimize/)
"고맙습니다. 그런데 기왕 해주실 거면…혹시 제대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남동소방서 훈련탑 칠하기 프로젝트가 그리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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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도 : 아니, 페인트칠을 대체 왜 무료로 해주신다고 하셨지요.
건욱 : 이걸 처음 시작한 계기는 이태원 참사였어요. 당시에 근처 가게들이 엄청 침체 됐었어요. 도움이 좀 되어드리면 좋겠다 생각했었어요. 간판이라도 예쁘게 칠해야 한 사람이라도 더 들어오지 않을까 싶었지요.
![30년돼 낡은 소방서…'공짜'로 페인트칠 해준 사람[인류애 충전소]](https://thumb.mt.co.kr/06/2024/01/2024012209443783441_4.jpg/dims/optimize/)
건욱 :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는 바버샵이 이태원에 있거든요. 참사 당일에도 저녁에 가서 자르고, 핼러윈이라 잠깐 보고 집에 왔었지요.
형도 : 갖고 계신 재능으로 돕는다니 좋은 취지에요. 가게 사장님들 반응은 어떠셨나요.
건욱 : 먹방 유튜버로 오해하시기도 하고, 괜찮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웃음). 페인트칠 한 번으로 분위기를 확 바꿔줄 수 있는, 그런 가게들에 들어가서 요청했었어요.
형도 : 그래서 페인트칠을 해주신 거고요. 몇 군데 정도요.
건욱 : 서울 송파 송리단길에 있는 햄버거집 현관문을 페인트칠 해줬지요. 그런 취지면 좋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포인트를 좀 주고, 라인을 잡아드리고, 손님들 보기에 사진 한 장 더 찍을만한 공간으로 바꿔봤어요. 한 60만원 정도 비용 들었지요.
형도 : 사장님 반응은 어떠셨나요.
건욱 : 너무 좋아하셨죠. 처음 가게 하셨을 땐 인테리어 신경 못 썼다가, 나중에 아쉬우셨던 참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해주시니 마음이 참 좋다고 하셨어요. 손님들도 (페인트칠한 곳) 앞에서 사진 많이 찍으신다고요.
일주일간 팀원들과 20m 높이 훈련탑…무료로 '페인트칠'
![30년돼 낡은 소방서…'공짜'로 페인트칠 해준 사람[인류애 충전소]](https://thumb.mt.co.kr/06/2024/01/2024012209443783441_5.jpg/dims/optimize/)
마음과 달리 의심받거나,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시선을 돌렸던 게 소방서였다. 인천 남동소방서와 그리 인연이 닿았다. 소방대장이 훈련탑을 다 칠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서, 까짓거 해보기로 했다. 박 대표와 팀원 황순오씨(28), 손수범씨(35)가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형도 : 들어올 때 보니까 7~8층 높이라 훈련탑이 꽤 크던데요. 비용이 꽤 드셨을 텐데 괜찮으셨어요.
건욱 : 한 1500만원 이상 비용이 들었어요. 너무 큰 금액이라, 페인트는 협찬을 받았지요. 회사마다 전화해서 이런 취지인데, 협찬해주실 수 있느냐고 했어요. 생각보다 다 해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던에드워드 페인트라고, 좋은 페인트 회사에서 협찬 받았지요. 페인트 가격이 350만원 정도 들었어요.
![30년돼 낡은 소방서…'공짜'로 페인트칠 해준 사람[인류애 충전소]](https://thumb.mt.co.kr/06/2024/01/2024012209443783441_6.jpg/dims/optimize/)
건욱 : 훈련탑이 많이 노후화돼 있더라고요. 손대기 힘들었겠구나 싶었어요. 오래된 걸 긁어내고 꺼내야 해서 준비 작업이 오래 걸렸어요. 그냥 얹으면 바로 떨어지거든요. 전체적으로 긁고, 크랙이 보이면 퍼티로 잡아 메워주고요. 그다음에 페인트가 잘 붙을 수 있게 바인더를 칠하고요. 그리고 페인트를 두 번 칠하면 끝나는 거지요.
형도 : 기간은 얼마 정도 걸렸을까요.
건욱 : 한 6일에서 7일 정도 걸렸어요. 아침 8시에 와서 오후 4시 30분쯤 퇴근했지요.
![30년돼 낡은 소방서…'공짜'로 페인트칠 해준 사람[인류애 충전소]](https://thumb.mt.co.kr/06/2024/01/2024012209443783441_7.jpg/dims/optimize/)
소방대원 "너무 감사해, 신경 많이 써주셨다"…박 대표 "페인트 업계 80% 고령층, 활기 불어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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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어 골치가 아팠었거든요. 페인트 칠했던 게 오래돼 떨어져 나가는 정도였어요. 그래도 시민들이 밖에서 봤을 때 좀 깨끗하면 좋겠다 싶었지요. 무료라고 허투루 하지 않으시고 더 신경 써주시더라고요. 저희는 너무 감사했지요. 소방대원 분들도 훈련하실 때 안 더럽히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형도 : 이리 뿌듯하게 끝날 때도 있지만, 좋은 마음으로 제안해도 거절당하기도 하시잖아요. 어쩌면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기도 했을 거고요. 어떤 마음으로, 어떤 동기로 끌고 가시는지요.
건욱 : 좋은 일을 하면서 브랜딩을 하고 싶은데요. 페인트 업계를 좀 많이 알리고 싶거든요.
![30년돼 낡은 소방서…'공짜'로 페인트칠 해준 사람[인류애 충전소]](https://thumb.mt.co.kr/06/2024/01/2024012209443783441_9.jpg/dims/optimize/)
건욱 : 호주에서 5~6년 페인트업을 하다가 코로나19 때 한국에 들어왔는데요. 문화가 확실히 덜하다고 느꼈어요. 호주는 70%가 젊은층, 30%가 고령층인데, 한국은 80%가 고령층이고 20%가 젊은 사람들이거든요.
형도 : 그래서 뭔가 좋은 일, 멋진 일을 하시면서 활기를 불어넣고 싶으신 거군요.
건욱 : 젊은 사람들이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멋지다, 나도 페인트 해봐야지, 그런 리스펙(존경심)을 줄 수 있도록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저희 마크가 붙은 작업복을 365일 중 340일은 입고 다녀요.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마케팅인 거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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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높으면 젊은 분들이 페인트업계에 유입될만한, 동기부여가 많이 될까요?"
박 대표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엄청 되죠. 그런데 이제 그렇게 되려면 사장이 돈을 많이 벌어야지요. 회사가 커지면 소상공인 등 더 힘드신 분들도 많이 돕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