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철 교수는 "최근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늘면서 심뇌혈관 질환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심뇌혈관 치료제인 아스피린, 항혈전제 등을 먹는 비율도 높아졌는데, 이 약들이 소화성 궤양 유병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즉, 혈압·혈당이 관리되지 않는 만성질환 때문에 심뇌혈관이 발생하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하는데 이 약이 소화성 궤양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위 내벽에 달라붙어 내벽을 망가뜨리는 헬리코박터균의 이미지.
진통제(해열·진통·소염제)는 위궤양·십이지장궤양을 모두 유발할 수 있다. 위·십이지장 점막 세포층의 재생과 기능을 조절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물질의 생성 과정이 진통제로 인해 차단되면서 점막이 손상당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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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위장 점막 세포와 십이지장 점막 세포의 재생, 점막 아래층 조직의 혈액순환에 장애를 유발해 궤양을 일으킨다. 흡연은 위궤양 또는 십이지장궤양으로 인한 천공·출혈 등의 합병증 발생률을 높인다. 심한 스트레스는 궤양을 유발하거나 악화한다. 실제로 과거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 공격 후 이들 소화성 궤양의 발생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환부에 지혈 파우더 뿌렸더니 지혈 더 잘 돼 소화성 궤양이 악화하면 피가 난다. 지혈하더라도 출혈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도 잦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치료법보다 효과가 우수한 새 치료법이 최근 국내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식물 추출물로 만든 지혈 파우더(가루)가 소화성 궤양 출혈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철·정다현 교수 연구팀은 소화기관의 벽이 녹는 소화성궤양으로 인한 출혈 치료에 식물 추출물로 만든 지혈 파우더를 사용하면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초기지혈 성공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용도 용이하다고 18일 밝혔다.
기존엔 혈관 클립술, 열 응고술 지혈, 전기응고 소작법 등의 방법으로 소화성 궤양을 치료했다. 이러한 치료법은 빠른 지혈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최근 파우더를 환부에 뿌리는 방식의 치료가 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사용이 용이해 집도의의 숙련도에 의해 치료 결과가 크게 좌우되지 않으며, 식물 추출 성분으로 부작용이 거의 없어 많이 활용된다.
이번 연구에서 지혈 파우더를 뿌린 그룹(105명)의 초기 지혈 성공률은 87.6%로, 혈관 클립술 등 기존의 방식대로 지혈한 그룹(111명)의 성공률(86.5%)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림 중 동그라미 부분이 지혈 파우더를 궤양 출혈 부위에 뿌리는 모습이다. /그림=해당 논문 캡처.
분석 결과, 지혈 파우더를 뿌린 그룹(105명)의 초기 지혈 성공률은 87.6%로, 혈관 클립술 등 기존의 방식대로 지혈한 그룹(111명)의 성공률(86.5%)보다 높았다.
특히, 소화기관의 벽이 녹는 궤양의 진행도가 높은 나머지 동맥 혈관이 드러나 출혈이 시작되는 환자에서 지혈 파우더를 바른 그룹의 초기 지혈 성공률은 100%에 달했다. 반면 기존의 지혈법을 사용할 때의 초기 지혈 성공률은 86.4%에 그쳤다. 지혈술 시행 30일 후 출혈이 다시 발생한 비율은 지혈 파우더와 기존의 치료법 간의 차이가 없었다.
박준철 교수는 "최근 유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한 '소화성 궤양 출혈'은 천공으로 이어지거나, 이에 따라 사망할 수 있어 빠르게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식물성 지혈 파우더의 치료 효과를 전향적 무작위 배정 방법으로 처음 확인한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초기 지혈을 적극적으로 하면 예후 개선에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 위장병학과 간장학’(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