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노조 사상 첫 파업 수순 돌입…하림 인수 변수되나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4.01.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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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에서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HMM 선원들. /사진=HMM해원노조 제공선박에서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HMM 선원들. /사진=HMM해원노조 제공


HMM의 양대 노동조합 중 한 곳이 사측에 단체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홍해발 물류대란과 겹쳐 환적·출항 업무에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림그룹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도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매각 협상 과정의 변수로 떠올랐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소속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은 전날 사측에 단체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2주간 조정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원노조는 경영진과 지난해 10월부터 7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해왔다. 노조는 △통상임금 재산정 △승선 시간외근로 시간을 초과한 경우에 대한 수당 △기관부원 충원 △선내 인터넷 개선 △정년 2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림그룹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도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채권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을 선정한 이후부터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HMM 노조는 육상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와 해원노조로 구성돼있는데 이들 모두 하림그룹의 부적격성을 지적하며 매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림그룹의 자금조달계획과 관련해 예견된 유상증자와 인수금융 등의 문제로 기업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육상노조는 지난해 단체협상을 마무리했지만, HMM 매각 이슈와 관련해서는 이달 말 정부의 1차 협상 결과에 따라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선원 휴식 시간, 운항 속도 등을 철저히 지키며 운항하는 '준법 투쟁'을 예고했다. 준법투쟁은 기존보다 화물 운송이 늦어져 해운사에 손실을 준다. 오는 18일 국회에서 'HMM 매각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최근 예멘 후티 반군 홍해 점거 등으로 해상 물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파업 이슈가 겹치면서 환적, 출항 업무에 차질을 빚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사상 첫 파업이다. 2021년 해원노조는 임단협 결렬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지만 이후 협상이 진전되면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해원노조는 파업에 들어갈 경우 다음달 인수 예정인 새 선박의 출항부터 막을 계획이다. 해당 선박은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던 1만 3000TEU급 선박이다. 홍해발 물류대란으로 추가 선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투입이 막히게 된다. 또 채권단이 하림과 매각 본계약을 맺는다면 파업 범위를 출항, 하역 등 항만 업무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정근 HMM해원노조위원장은 "약 7조원에 달하는 국가재정 투입으로 살려낸 국민기업의 매각 절차와 우선협상자 인수자금 조달계획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채권단은 노조의 공청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정부도 HMM에 대한 무리한 인수 시도와 깜깜이 매각을 묵인하고 있어 국내 해운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파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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