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검·경 위 나는 산업스파이…중국, 한국 대학서 한국 기술 털었다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이강준 기자, 박다영 기자, 조준영 기자 2024.0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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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中, K배터리 안방서 털어갔다(下)

편집자주 LG·삼성·SK로 이어지는 K-배터리 삼각편대 대형이 연이은 기술유출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K-배터리와 전쟁 중인 중국이 이번엔 한국에 사무실을 차려 조직적으로 기술을 빼간 정황이 포착됐다.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강한 처벌은 물론 민관 차원의 보안 강화까지 전반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한국기업이 지은 고려대 산학관에서 한국기술 탈취한 중국 기업
고려대 산학관. /사진=김도현 기자고려대 산학관. /사진=김도현 기자


교육 성과와 산업 실효성을 동시에 높이고자 마련된 산학협력이 기술 유출의 장이 됐다. 기업의 기술 유출이 곧 국부 유출인 만큼 대학에서 비롯된 기술 유출에 대한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고려대 산학관 내 테크노 콤플렉스에 중국 배터리 기업인 에스볼트(Svolt·펑차오에너지)의 한국 지사가 입주돼 있다. 에스볼트는 SK이노베이션(SK온)과 삼성SDI 엔지니어를 빼내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기업이다.

고려대 테크노콤플렉스는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1996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대학 내 협력시설이다. 설립 당시 포항제철(포스코)·삼성그룹·LG그룹·한국통신(KT) 등 국내 대기업의 지원이 있었다. 현재도 삼성, LG, 한화 등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테크노콤플렉스에 입주하면 연구 개발비 지원은 물론 법률·특허 등 전문 서비스, 첨단 실험장비 지원, 대학 내 연구 인프라 활용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 입주하려면 '입주기관 선정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산학 협력을 통해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하고자 마련한 건물에서 기술 유출이 벌어진 셈이다.

고려대 산학관 설립을 지원한 국내 기업 현판이 걸려있다. /사진=김도현 기자고려대 산학관 설립을 지원한 국내 기업 현판이 걸려있다. /사진=김도현 기자
산학협력 과정에서의 기술 유출은 해외에서 골칫거리다. 2017년 일본 도쿄의 한 대학 기술 계열 학부 소속 중국인 유학생이 항공기 탑재용 적외선 카메라를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반출해 외환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받았다.


해외 유학생,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 유학생에 의한 기술 유출 의혹이 계속되면서 이들 국가는 유학생의 비자 심사 기준을 높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중국인 유학생의 입학을 막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국내 대학 내 유학생 비중이 꾸준 증가세에 있다. 대학은 사활이 걸린 만큼 유학생 유치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자칫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기업은 거버넌스가 확실히 있는데 반해 대학은 각 연구실이 독립된 조직에 가까워 (기술 유출에 대해) 사실상 무방비에 가깝다"며 "중국, 베트남, 아랍 등 국가에서 유학생이 상당히 많이 와 있는 상황에 관리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는 기본적으로 정보 공유를 토대로 이뤄지니 그동안은 개방성에 무게 중심이 있었지만 이제 안보에도 방점을 두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며 "다만 보안이 너무 강조되면 연구 혁신성, 자율성에 제한이 될 수 있어 조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법적 절차 등이 확정되면 내부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K-배터리, 기술유출로 홍역…검·경 칼 빼들었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국내 배터리 업계를 선도하는 LG·삼성·SK는 모두 기술유출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유출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은 기술유출범죄에 대응하느라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LG에너지솔루션의 전직 임원급 직원 정씨가 유료자문 중개서비스를 이용해 영업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정씨는 현직에 있는 동안 자문중개업체로부터 구두는 시간당 평균 1000달러, 서면은 1건당 최소 3000달러를 받고 최소 320여건을 자문했다.

이 방법으로 2년간 LG엔솔의 2차전지 연구개발 동향과 로드맵, 생산라인 현황, OEM(주문자생산) 업체 계약내용 등 영업비밀을 누설했고 정씨가 대가로 받은 금액은 약 9억8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뛰는 검·경 위 나는 산업스파이…중국, 한국 대학서 한국 기술 털었다
K-배터리 기술유출에는 다양한 수법이 활용됐다. 경쟁사가 청탁을 하거나 직원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직접 빼돌리는 통상적인 형태를 벗어나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태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기술유출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유출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신산업이 뜨고 신기술이 등장하면 그 분야의 기술유출 사건이 늘어난다. 니켈, 망간 등을 활용한 배터리 업계 기술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발달해 있기 때문에 관련 기술에 대한 유출 사건이 늘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에스볼트코리아 사례처럼 신종수법으로 영업비밀이 해외 유출되면 사전에 예측할 수 없어 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피해는 개별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부유출로 이어진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 강도를 높이는 이유다.

대검찰청은 2022년 9월 기술유출센터를 설치해 수사방식을 개편했다. 기술유출범죄 기소율은 설치 전(2021년7월~2022년8월) 12.7%에서 센터 설립 후 지난해 12월까지 14.9%로 2.2%p 올랐다. 구속률(기소 인원 중 구속된 사람의 비율)은 설치 전 9.6%에서 22.1%로 대폭 상승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운영하던 경제안보수사TF(태스크포스)는 올해부터 정식 부서인 방첩경제안보수사계로 개편됐다. 방첩경제안보수사계는 기존 안보수사국에서 운영하던 경제안보수사 태스크포스(TF)와 외사국에 속해 있던 외사안보계를 통합한 조직이다.

경찰청에서 기술유출 수사를 전담하던 경제안보수사TF가 비직제 조직으로 운영돼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 조직 내에 산업기술유출과 관련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기술 유출 사건은 2021년 89건에서 2022년 104건, 2023년에는 149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법원도 기술유출 범죄를 심각하게 보는 분위기다.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침해 △전략기술 국외·국내 침해 △방위산업기술 국외·국내 침해 및 누설·도용 등 범죄에 대해 양형 기준을 정비하기로 했다. 향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3월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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