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제과 회사 오리온 (92,100원 ▼300 -0.32%)은 전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 (65,500원 ▼700 -1.06%))를 약 55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12일 화학·소재 기업 OCI그룹이 한미그룹과의 합병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나온 소식이었다.
OCI홀딩스 (93,700원 0.00%)는 재작년 부광약품 (6,150원 0.00%)에 1461억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됐다. 부광약품은 한해 약 2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 제약사다. 하지만 이번 한미그룹과의 통합은 차원이 다르다. 한미약품은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국내 톱5 제약사다. OCI그룹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산업을 위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빅딜을 이뤘다.
이번 OCI와 오리온의 바이오 진출이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이 아니라 신약 R&D(연구·개발) 영역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삼성·롯데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었지만 CDMO 사업이 중심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770,000원 ▼10,000 -1.28%)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CDMO가 신약 개발 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진입하기가 쉽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ADC(항체·약물접합제) 등 현재 글로벌 트렌드의 항암제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OCI는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이 보유한 당뇨·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세계적인 신약을 탄생시키겠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한국형 비만약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5일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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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바이오 기업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뉜다"며 "바이오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대기업으로선 다양한 사업 영역과 비즈니스 모델에 접근할 수 있고, 투자받는 회사도 재무 상태를 안정화해 신약 개발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7년 1조9670억달러(약 2600조원)에 달한다. 항암제 시장은 연평균 13~16% 상승해 같은 해 3770억달러(약 5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 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은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비만약이다. 예상 매출이 280억달러(약 37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