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환영' 내건 식당들…"편해질 것" VS "방향성 틀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김지성 기자 2024.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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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식당에 '서울키즈오케이존'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사진= 이지현 기자.16일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식당에 '서울키즈오케이존'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사진= 이지현 기자.


"아이 키워본 부모라면 다 같은 마음 아닐까요. 조금 시끄러워도 괜찮아요."

16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의 한 식당 업주 김모씨(50대)는 활짝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식당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키즈오케이(OK)존'에 참여하는 업체다. 식당 문 앞에는 '서울키즈오케이존'을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됐고 식당 안에는 유아용 의자가 여럿 구비돼 있었다.

김씨는 "이 주변에 키즈오케이존 식당은 이 식당뿐이다. 아무래도 시끄러운 분위기면 영업에 어려움이 있어 업주 입장에선 부담이 될 것"이라며 "노키즈존인지 아닌지를 떠나 아이들도 편하게 밥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내 식당이나 카페 등 업체 578곳을 지정해 서울키즈오케이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동의 출입이 가능하다고 내건 가게에 약 30만원 정도의 비용을 보조해주는 정책이다. 아동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과는 반대로 부모와 아동과 편하게 외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실제 요식업주들은 한국 사회의 양육 친화적 분위기 조성에 동참하겠다며 키즈오케이존을 내걸었다고 했다. 다만 영업 측면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크지 않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식당 업주 A씨(60대)는 "외식업중앙회에서 연락이 와 키즈오케이존으로 업체 등록을 하게 됐다"며 "솔직히 효과는 '글쎄'다. 이전과 큰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B씨(50대)는 "처음엔 '남들도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동참했는데 주변 사장들이 '오히려 매출 떨어질 것', '아이 받으면 식당 운영 어려워질 것'이라며 비웃더라"고 했다. 이어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보다는 좋은 취지의 사업에 동참해 우리 사회가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16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키즈오케이존' 식당에 유아용 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사진= 이지현 기자. 16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키즈오케이존' 식당에 유아용 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사진= 이지현 기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6살 딸을 키우는 한모씨(32)는 "노키즈존 식당인지 아닌지를 항상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키즈오케이존이라고 하면 마음 편히 아이와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이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4살, 6살, 9살 된 아이 셋을 키우는 신모씨(40대)도 "예전에 노키즈존에 가보니 눈치 보이고 불편했는데 앞으로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조금 더 친근한 느낌으로 업체를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키즈오케이존 정책의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성북구에서 3살 된 아들을 키우는 이모씨(33)은 "아이에게 '여기는 네가 갈 수 있는 곳이야, 못 가는 곳이야'라고 가르치는 방향이 맞나 싶다"며 "'뛰지마세요'와 같이 행동을 제한하는 내용의 간판은 괜찮지만 '키즈' 존재 자체를 가르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을 배제하는 노키즈존보다 키즈오케이존이 겉보기에 좋아보일 수 있으나 결국 아동의 출입을 구분 짓는 식의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내는 소음과 행동을 사회가 용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키즈존에 비교했을 때 '오케이'라고 하니 괜찮다고 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규제를 통해 노키즈존, 키즈오케이존을 만드는 것이 좋은 방식은 아니다"며 "규제가 아닌, 스스로 통제하는 게 맞고 아이의 소음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양해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먼저다"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키즈오케이존이라지만 결국 구분지어 버리는 것이라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며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모든 장소에서 환대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노키즈존이 사회적 문제가 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첫 시도로는 괜찮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키즈오케이존이 실제로나 상징적으로나 아동을 차별하지 않는 방향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근본적인 대책은 아닐 수 있으나 차별적인 노키즈존과 반대되는 내용의 첫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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