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異種)간 결합 이어진 제약·바이오
이번 인수를 둘러싸고 시장에서는 투자 단가가 기대 이하였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오리온은 전체 물량 중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796만주(지분율 21.88%) 가량을 기준가액보다 5% 할증해 약 4698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여기서 5%의 프리미엄이 증권업계의 시각에서는 시장수익률 수준이어서 높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치를 낮게 인정받은 것이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은 지난 12일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이번 기업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그룹 통합 무효를 주장하며 지분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비만치료제 연구에서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본업 가치의 재평가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OCI (79,600원 ▲200 +0.25%)도 급작스런 한미약품과의 통합 소식이 본업 가치나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이지 않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10%에 따른 지분 희석 문제가 있고, 단기간 안에 이종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및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과거 국내 화학산업 내 (사업영역) 확장 사례에서 간혹 실패한 경우가 있기에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이날 OCI는 장 중 52주 신저가인 9만5400원까지 하락했다. OCI홀딩스도 3%대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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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가치 놓칠라…시너지 효과 의문도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다만 오리온의 경우 2020년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고 2022년 11월에는 그룹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 산하에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비 바이오 기업들이 승자의 저주 속 본업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와 관련해 "제과 회사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이라는 투자포인트가 희석될 수 있다"며 "오리온이 향후 레고켐바이오의 손익을 '연결 회계'로 처리할 경우 오리온의 영업이익이 10% 이상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이날 오리온 (89,000원 ▼200 -0.22%) 주가는 현재 5%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17.51% 급락한데 이어 이틀째 약세다. 오리온홀딩스 (15,500원 ▲110 +0.71%)도 전날 장중 1만3090원까지 내려 52주 신저가를 경신한데 이어 이날도 소폭 약세다. OCI (79,600원 ▲200 +0.25%)도 이날 장 중 52주 신저가인 9만5400원까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