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맥주 없어요?" 난리였는데 인기 '뚝'…결국 직원도 내보냈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4.01.21 06:05
글자크기

빅2 제조사 제주, 세븐브로이 실적 동반 악화... 중소 제조사 줄폐업 위기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수제맥주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수제맥주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내 수제맥주 업계가 혹독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주력 소비층이었던 젊은 소비자들이 위스키와 하이볼 등으로 선호 주종을 옮겨가면서 성장 동력을 잃은 탓이다. 업계에서 매출 1, 2위를 달리던 대형 제조사도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로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보다 체력이 약한 중소 제조사들은 줄폐업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수제맥주 제조사인 제주맥주 (1,247원 ▼11 -0.87%), 세븐브로이맥주 실적이 동반 하락세다.



매출 1위인 제주맥주는 2021년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72억원, 2022년 1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적자가 94억원에 달해 연간 영업손실이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맥주는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문혁기 대표는 흑자 전환까지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고, 대규모 감원을 진행했다. 2022년 말 123명이었던 직원 수는 지난해 9월 79명으로 36%가량 줄었다.



제주맥주는 대한제분과 상표권 계약을 맺고 지난해 6월부터 편의점 인기 판매 제품인 '곰표 밀맥주'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64억원) 수준으로 정체했다. 제주 위트에일, 생활맥주 등 기존 브랜드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주맥주는 외식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달래에프엔비를 인수하려다가 3개월 만에 철회하는 등 신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업계 2위 세븐브로이맥주도 실적이 악화했다. 대한제분과의 상표권 분쟁 여파로 대표 제품이었던 곰표 밀맥주 생산이 중단된 영향이 컸다. 2021년 119억원, 2022년 4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세븐브로이맥주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39억원으로 연간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09억원으로 전년 동기(274억원)와 비교해 60% 급감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말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맥주 일부 브랜드의 위탁 생산을 전면 중단한 것도 수제맥주 시장 침체 흐름과 무관치 않다.


반면 업계 3위인 스퀴즈맥주는 2021년 74억이 넘었던 매출액이 2022년 53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약 120억대로 반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 사업가 백종원과 협업한 '빽라거' 시리즈 판매 호조와 하이볼 등 기타 주류로 제품군을 확대한 전략으로 침체기에 선방한 모습니다.

현재 전국에 수제맥주 양조 허가를 받은 업체는 160여 곳에 이른다. 지방 지자체를 중심으로 청년 사업가 지원 사업 등으로 진입 문턱을 낮춰 최근 수년간 곳곳에 많은 제조장이 생겨났다. 하지만 수제맥주 시장이 침체해 대형 양조장들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낮은 중소 양조장은 줄폐업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워낙 수제맥주 시장이 어려워져서 사업을 접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며 "수제맥주는 제조 장비가 고가이고 부지 매입과 공장 건립 비용 등을 고려하면 최소 80억원 이상은 필요한 장치 산업인데 지자체에서 소액의 지원금을 주고 소규모 양조장을 난립시키면 시장 침체기에 부실 업체를 양산하고 맥주 품질도 저하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