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 오리온은 왜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했나…ADC 빅딜 릴레이,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4.01.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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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오리온은 왜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했나…ADC 빅딜 릴레이, 이유는


제과회사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다. 오리온은 그동안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꾸준히 바이오에 눈독을 들였다. 레고켐바이오는 국내 대표 ADC(항체-약물접합체) 기술 기업으로 꼽힌다. 이미 13건의 기술이전을 성사해 누적 계약 규모 8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바이오다.



오리온 (95,700원 ▼600 -0.62%)의 레고켐바이오 인수는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ADC '빅딜'이 이뤄졌단 의미가 있다. ADC는 차세대 항암 기술로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가 막대한 자금을 ADC에 투자하는 등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61,000원 ▼2,400 -3.79%) 인수로 국내 대표 ADC 바이오의 투자 여력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ADC 빅딜 잇따라…지난해 계약규모 1위 M&A·기술이전 모두 ADC
실제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ADC에 대한 '빅딜'(큰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화이자(Pfize)와 머크(MDS), 애브비(AbbVie), BMS(Bristol Myers Squibb), 존슨앤드존슨(J&J)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빅파마가 ADC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글로벌 빅파마의 ADC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는 투자 규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계약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M&A(인수합병) 거래와 기술이전 거래가 모두 ADC와 관련이 있다. 금액 기준 1위 M&A 거래는 화이자의 ADC 개발사 씨젠 인수다. 총 계약금액은 약 430억달러(약 57조원)다. 계약 규모가 가장 큰 기술이전은 머크가 다이이찌산쿄의 ADC 3종을 도입한 거래다. 약 22억달러(약 29조원) 규모다.

ADC는 항암 약물을 항체에 부착한 바이오 의약품을 뜻한다. 높은 항암 치료 효과를 가진 약물을 항체에 붙여 체내에 주입하는 기술로 정상세포가 아닌 종양세포만 선택적으로 표적하고 사멸하게 설계한다.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여러 글로벌 빅파마가 ADC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특히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ADC 신약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관심이 더 커졌다. 전 세계 ADC 시장 규모는 2028년 198억달러(약 2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혜민, 신민수, 오치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파마들은 면역항암제 메가 트렌드 이후 항암 시장의 주류로 ADC를 꼽는다"며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ADC는 바이오 의약품으로 분류돼 저분자 신약 등 다른 종류의 의약품보다 수익성을 길게 가져갈 수 있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 ADC 파이프라인 연구 집중하기 위한 토대
거래 규모에선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로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도 의미 있는 ADC 관련 M&A가 나왔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인 김용주 대표 등 경영진의 구주를 매입하고 유상증자(유증)에 참여해 지분율 25.73%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총 5487억원을 투입한다. 증자 및 구주 매입 자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 29일이다.

오리온은 2020년부터 중국 산둥루캉의약을 비롯해 국내 지노믹트리, 큐라티스 등 바이오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2022년 11월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는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하면 그룹의 바이오 기술 역량을 대폭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레고켐바이오는 오리온의 자금을 수혈받아 ADC 파이프라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신약 개발은 임상 과정에서 환자 모집 비용 등 막대한 자금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금 여력 없이 연구에 몰두하기 어렵다.

위해주, 박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는 시가총액(시총)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금을 확보하면서 ADC 파이프라인의 임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이 자금은 현재 진행 중인 LCB84(얀센에 기술수출) 임상 1/2상과 레고켐바이오가 단독 소유한 9건의 ADC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인재 영입과 임상 개발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예상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인수로 레고켐바이오는 향후 5년간 추가 자금 조달 없이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며 "향후 5년 안에 10개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바이오가 아닌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기업의 바이오 인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단 시각도 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서 OCI홀딩스가 부광약품과 조인트벤처(JV)를 만들었고, 오리온은 국내 백신 기업 큐라티스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바이오에 진출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며 "향후 인수 기업의 행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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