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주식은 잊어라…'품질' 따지는 투자자들, 우량주에 눈길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4.01.16 15:35
글자크기
지난해 말 미국 증시의 강한 랠리 후 '우량주'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보다 안전한 투자처로 향하는 모양새다.

밈주식은 잊어라…'품질' 따지는 투자자들, 우량주에 눈길


15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뉴욕증시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밈 주식'(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이나 비트코인 대신 성장성, 안정적인 수익, 탄탄한 재무제표를 모두 갖춘 우량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관심이 보이는 우량주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급등세를 보인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다. MS는 지난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2조887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애플(2조8740억달러)을 시총 1위 자리에서 밀어냈다. 작년 한 해만 230% 넘게 폭등한 엔비디아의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코카콜라, 존슨앤드존슨 등 꾸준한 실적을 내는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골드만삭스, UBS, 웰스파고 등 투자은행들도 올해 투자 전망보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우량주 매수를 추천했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이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GMO는 지난해 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첫 상품으로 '품질'에 초점을 맞춘 적극 관리형 ETF를 출시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AFPBBNews=뉴스1미국 뉴욕증권거래소/AFPBBNews=뉴스1
투자자들의 변심엔 이유가 있다. 우선 올해 들어 주식시장의 급등세가 한풀 꺾였다. 강세장 지속 여부에 의구심을 품는 투자자들에게는 우량주가 투자를 유지하면서 시장 변동에 따른 타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앨런 T. 본드 젠센투자운용 리서치 책임자는 "우량기업에 집중할 때 항상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매력적인 장기 성장을 원하며,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성장을 바란다"고 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도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성장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우량주는 안정적인 실적과 낮은 부채, 대규모 현금 보유 등 견고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낸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글렌메드의 마이클 레이놀즈 투자전략 담당 부사장은 "과거 5~6차례 약세장을 살펴보면 우량주가 경기침체기 견조한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UBS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경제가 냉각됐지만 성장세를 유지했던 6개월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세계 주가지수 우량주 지수(MSCI ACWI Quality Index)의 수익률은 MSCI 글로벌 지수를 1%포인트 웃돌았다. AQR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클리프 애즈니스 등은 논문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시장에서 높은 비용에도 불구, 우량주 투자가 더 나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문사 GYL파이낸셜 시너지의 제널드 골드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2022년부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왔다. 골드버그 CEO는 "역사적으로 경제가 둔화하거나 위축될 때 우량 기업의 재무제표가 더 튼튼하다는 게 우리의 이론"이라고 했다.

개별 우량주 투자로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펀드 투자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우량주를 편입한 '아이셰어즈 MSCI USA 퀄리티 팩터 ETF'는 지난해 29% 상승했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인 24%를 웃도는 수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