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훈, ‘놀면 뭐하니’의 맞춤형 예능 치트키

머니투데이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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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프로그램에 활력 불어넣은 '쓰저씨'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MBC ‘놀면 뭐하니“는 앞날이 캄캄해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시청률(이하 닐슨 코리아)은 3%대로 떨어져 반등 기미조차 없이 고착화돼 가고 있었다. 비장의 불패 카드 음악 예능을 꺼내 들었지만 이제는 이조차도 효과가 없었다. 김종민 영케이 등을 추가한 보이그룹 원탑과, 박진주 이미주의 여성 듀오 주주시크릿으로 음원을 발표하고 활동에 나섰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시청률도 저조한 상태 그대로였고 신곡은 차트에서 찾아 보기 힘들었다. 프로그램의 전신인 ’무한도전‘ 이래 오랫동안 시청률을 치솟게 하고, 차트를 호령하며 음원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치트키 음악 예능은 마침내 이렇게 종언을 고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놀면 뭐하니‘는 ’설립자‘ 김태호 PD가 떠난 이후 하락세가 길게 드리워졌다. 김 PD 부재 이후 반전을 위한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서도 음악 예능만은 분전했다. MSG/WSG 워너비까지만 해도 음악예능의 파급력은 살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음악 예능마저도 그 힘을 잃었고 ’놀면 뭐하니‘는 더 이상 돌파구가 없어 보였다.

이 상황에서 ’놀면 뭐하니‘는 김석훈을 만났다. 최근에는 교양 프로그램 진행자 정도로 알려져 있었고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가 조금씩 반향을 얻고 있는 배우였다. 김석훈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쓰레기를 줍고 재활용품 사용에 적극 나서 환경을 지키면서 검소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놀면 뭐하니‘는 김석훈을 만나자 바닥에서 꿈쩍도 안 하던 시청률이 치솟았다. 지난달 16일 첫 출연에서는 3%대 후반과 4%대 초반을 오가던 시청률이 5.5%까지 치솟았다. 이어 지난 13일 두 번째 출연에서는 5.8%까지 더 상승했고 경쟁 프로그램인 KBS2 ’불후의 명곡‘에 내준 지 오래였던 동시간대 1위도 탈환하는 기쁨을 맛봤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김석훈이 예능 캐릭터로 이처럼 뜨거운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호감이면서 엉뚱하기 때문이다. 호감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서민스럽게‘ 실행하면서 진정성과 친근감을 남다르게 불러일으켜서다. 김석훈은 ’놀면 뭐하니‘에 메이크업도 안 하고 동네 아재들과 같은 옷을 입고 등장했다.

한 달 지출 100만 원 정도로 근검절약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고, 도서관 같은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들을 찾는다. ’놀면 뭐하니‘ 방송에서 주윤발이라 불릴 만큼 연예인의 천상계 외모를 갖고 있는 인물이 화려하고 럭셔리한 생활 모습 대신 보통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새로워서 강력하게 다가오고 친근해서 호감을 끌어 올린다.


그 털털한 삶은 연출된 느낌을 찾을 수 없어 진정으로 느껴지고 호감도를 증폭시킨다. 여기에 김석훈의 엉뚱함은 예능에 필수적인 큰 재미를 더한다. 중고물품 경매장에서 필요로 하던 자전거가 나오자 중고 경매치고는 꽤 고가임에도 적극 구매하는 모습은 평소 근검절약을 외치던 태도와 뭔가 어긋나면서 큰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13일에는 친구가 된 유재석 전화번호를 얻는 과정에, 노출은 안 된다며 번호 입력하는 폰 화면을 (보여도 보통 정리해주는) 제작진에게도 감추는 등 김석훈의 엉뚱한 행동들은 방송마다 거듭됐다. 정상적인 것을 둘러싼 엉뚱함이 강력한 웃음 유발 기제이기에 주윤발이라 불릴 정도로 멀쩡하게 잘생긴 김석훈이 보여주는 엉뚱함은 예능적으로 폭발력이 굉장하다.

그런데 김석훈은 ’놀면 뭐하니‘의 맞춤형 치트키다. 김석훈이 예능적인 매력은 ’놀면 뭐하니‘에서 가장 극대화된다. ’놀면 뭐하니‘는 정해진 포맷이 없는 예능이고 사람들이 평범하게 생활하는 공간으로 나가 그때그때의 기획을 펼치는 일이 잦다. 이런 서민들의 공간은 김석훈이 가장 익숙하고 보여줄 것들이 많은 장소들이며 예능적으로 활약하는데 가장 편한 무대이다.

MC가 유재석인 점에서도 김석훈과 ’놀면 뭐하니‘의 궁합은 강력하다. 예능에 전문적이지 않고 예능에서 성공 의욕이 절박하지도 않은 김석훈을 예능적으로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MC는 유재석 이상 없어 보인다. 유재석은 흐름을 본인의 정해 놓은 틀에 맞춰 끌고 가기보다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상태의 장점을 포착해 이를 살려 나가는 방식의 진행에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런 사실을 김석훈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13일 두 번째 출연에서 김석훈은 ’놀면 뭐하니‘ 첫 출연 후 예능 섭외가 몰려왔지만 굳이 예능인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이브 구내식당에 같이 가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놀면 뭐하니‘와의 예능 인연은 열어 놓았다.

’놀면 뭐하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김석훈을 만나 한숨 돌렸다. 김석훈이 고정 멤버는 아니기에 여전히 근본적인 난국 타개책 찾기는 계속해야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석훈 덕에 반전의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일은 이전보다 희망적이 됐다. 새로운 인물이든 어떤 예능적인 장치나 포맷이든 찾아내 ’놀면 뭐하니‘가 다시 날아오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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