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은 혈액이 병원체에 감염돼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면서 생명이 위협받는 질환이다.
연세대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박유랑 교수와 김종현 연구원,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정경수 교수·성민동 강사, 토모큐브 민현석 박사는 CD8 T세포의 3D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해 패혈증을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으며, 정확도가 99% 이상을 보인다고 14일 밝혔다.
초기 증상으로는 호흡이 빨라지고, 지남력(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인지력)의 상실이나 정신 착란 등의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혈압이 떨어지고, 신체 말단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면서 피부가 시퍼렇게 보이기도 한다. 균혈증(세균이 혈액 내에 돌아다니는 증상)이 있으면 세균이 혈류를 따라 돌아다니다가 신체의 특정 부위에 자리를 잡아 그 부위에 병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구역, 구토, 설사, 장 마비 같은 소화기계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패혈증 진단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인 'C-반응성 단백질(CRP)', '프로칼시토닌(PCT)' 등은 반응속도가 느려 진단이 늦다는 것. 또 염증지표인 '인터류킨-6(IL-6)'과 같은 바이오마커는 표준화가 부족해 진단 결과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랐다. 패혈증의 원인균을 알아내기 위해 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후 균을 배양하는 검사의 결과를 기다리는 데는 3~5일이나 걸렸다. 이런 문제로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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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 회복군 8명의 혈액샘플에서 CD8 T세포를 분리해 이미지를 촬영했다. 촬영은 패혈증 쇼크 진단 시점(T1), 패혈증 쇼크 해소 시점(T2), 퇴원 전(T3) 세 시점을 나눠 진행했으며,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을 사용했다.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은 세포 구조 변화에 영향을 주는 염색 과정 없이 살아있는 면역세포의 3D 영상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각 시점에 촬영한 이미지를 딥러닝 기반의 AI 분류 모델을 통해 건강한 대조군 20명의 이미지와 비교분석했다. 패혈증 쇼크 진단 시 채취된 이미지는 패혈증 쇼크의 진단 가능성을 평가에 사용됐으며, 생존 환자군과 비생존 환자군의 패혈증 쇼크 진단 시 채취된 이미지는 패혈증 쇼크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 사용됐다.
AI 모델의 예측 성능을 수신기 작동 특성 곡선(AUROC) 지표로 분석했다. AUROC는 'ROC 곡선의 아래 면적'이라는 뜻으로, 어떤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특정 검사 도구의 진단 정확도를 나타내는 통계 기법으로 AI 모델의 성능평가 지표로 주로 사용된다. 통상적으로 1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뛰어나며 0.8 이상인 경우 고성능 모델로 평가된다.
패혈증을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하기 위한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분석한 결과, AUROC가 진단 영역(a)에서는 하나의 세포만을 통해 0.96(96%), 예후 예측 영역(b)은 0.98(98%)의 성능이 나왔고, 두 개의 세포를 활용해 예측을 하는 경우 두 영역 모두 0.99 (99%) 이상의 높은 예측 성능을 보였다./그림=연세대 의대 및 세브란스병원 공동 연구팀
예후 예측 모델에서도 단일 세포 이미지로 0.98(98%)의 정확도를 보였으며, 두 개의 세포 이미지를 사용했을 때는 0.99(99%) 이상의 높은 성능을 나타냈다.
정경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CD8 T세포의 삼차원 이미지가 패혈증의 바이오마커의 역할을 규명할 수 있었다"면서 "AI 모델을 통해 패혈증 환자의 진단 및 예후 예측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함으로써 환자 개인에 적합한 치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라이트: 사이언스 앤드 어플리케이션스(Light: Science&Application)'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