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뿐→169㎞ 힉스 영입'에도 불안... SF, '결국 RYU 합류 가능성' 제기됐다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4.01.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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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하던 조던 힉스. /AFPBBNews=뉴스1토론토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하던 조던 힉스. /AFPBBNews=뉴스1


토론토 시절 조던 힉스(왼쪽). /AFPBBNews=뉴스1토론토 시절 조던 힉스(왼쪽). /AFPBBNews=뉴스1
'오직 이정후 하나뿐'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현지 매체의 스토브리그 중간평가에선 C학점을 받았다. 그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드디어 괴물 투수 영입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3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하며 "샌프란시스코가 자유계약선수(FA) 조던 힉스(28)와 4년 4400만 달러(57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시장에 나온 이정후를 6년 1억 1300만 달러(1485억원)에 품은 샌프란시스코가 포수 톰 머피(2년 825만 달러)에 이어 이번 겨울 3번째로 품은 FA 선수다.


이전까지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 놀림감이 되는 모양새였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노렸으나 지구 라이벌인 LA 다저스에 빼앗겼고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영입전에서도 발을 뺐다.

이외에도 많은 FA 자원들을 노린다는 이야기만 무성했다. 제대로 된 영입은 사실상 이정후 하나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지에서도 FA 선수들의 거취를 논할 때 샌프란시스코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그만큼 거액을 장전했지만 이렇다 할 영입은 이정후 외엔 없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번 스토브리그를 평가할 때 늘 나오는 이야기가 "이정후 하나 뿐이다"라는 것이었다.



이번 오프시즌 선발 투수 최대어인 블레이크 스넬을 노린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쓴소리를 가한 버스터 포지. /AFPBBNews=뉴스1샌프란시스코에 쓴소리를 가한 버스터 포지.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선임한 밥 멜빈 감독.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샌프란시스코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선임한 밥 멜빈 감독.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상황이 비관적으로 흘러가자 뼈아픈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의 전설적인 포수 버스터 포지는 도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팀의 스타 영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포지는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주목할 만한 점은 불행히도 선수들과 그들의 아내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나타나는 문제는 도시 자체, 도시의 상태, 범죄, 마약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게 공정하든 아니든 (그러한) 인식은 현실이다. FA 이적에 관해선 그것(지역 문제)이 영향을 미친다는 걸 봐왔다"고 말했다.

밀워키 브루어스 내야수 로우디 텔레즈도 포지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샌프란시스코 매체 SF게이트에 따르면 그는 "지난 10~12년 동안은 정말 나쁜 도시였다. 깨끗하지 않고 안전하지도 않다"고 전했다.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 계약을 이끌어낸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반기를 들었다. 어쩌면 더 쓰라릴 문제를 짚었다. 그는 "자이언츠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다저스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선수들은 그들이 여기에 왔을 때 '다저스와 경쟁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는다. 지금은 애리조나가 그렇다. 이게 샌프란시스코가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고언을 했다.

이유야 어쨌든 샌프란시스코의 올해 전망도 어두워보였다.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최강팀 다저스는 10억 달러(1조 315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더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입단식에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냈는데 실제로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 우승 8회, 특히 2010년부터 2년 주기로 3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전통의 명가였다.

그러나 2015년 이후 NL 서부지구에서 번번이 다저스에 밀렸다. 지구 우승은 단 한 차례(2021년)에 불과했고 그 이후에도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 두 시즌 모두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심지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도 밀리며 2년 연속 지구 3위로 떨어졌다.


조던 힉스. /AFPBBNews=뉴스1조던 힉스. /AFPBBNews=뉴스1
힉스의 투구 장면. /AFPBBNews=뉴스1힉스의 투구 장면. /AFPBBNews=뉴스1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힉스. /AFPBBNews=뉴스1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힉스. /AFPBBNews=뉴스1
밥 멜빈 감독을 선임하며 야심차게 스토브리그를 맞이 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힉스의 영입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힉스는 빅리그 전체에서도 매우 주목받는 투수다. 속구 최고 구속이 무려 105마일(168.98㎞)에 달하는 괴물 투수이기 때문이다. 2015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해 부상으로 빠진 2020년을 제외한 5시즌 동안 통산 212경기에서 8경기를 제외하고는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243⅓이닝 동안 11승 21패 32세이브 51홀드 평균자책점(ERA) 3.85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엔 세인트루이스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류현진과 함께 뛰었다. 65경기 65⅔이닝 3승 9패 4세이브 7홀드 ERA 2.63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1.08, 피안타율도 0.207로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다만 100점짜리 영입이라고 평가하긴 어려운 이유가 있다. 200경기를 넘게 등판하며 그 중 단 8경기에만 선발로 나선 힉스를 선발로 기용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힉스의 계약엔 매년 200만 달러의 옵션이 포함돼 있는데 MLB닷컴은 이는 투구 이닝에 따른 보너스라고 전했다.

물론 샌프란시스코가 선발진을 보강할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다. 202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로비 레이를 시애틀 매리너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지만 그는 지난해 5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 개막전부터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도 주로 뒷문을 단속했던 조던 힉스(왼쪽). /AFPBBNews=뉴스1세인트루이스에서도 주로 뒷문을 단속했던 조던 힉스(왼쪽). /AFPBBNews=뉴스1
지난해 NL 사이영상 2위에 오른 로건 웹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알렉스 콥도 엉덩이 수술로 인해 새 시즌 개막로스터에 포함될 수 없다. 지난해 풀타임 선발이 아니었던 로스 스트리플링과 힉스까지 우선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이 외에 두 자리는 젊은 투수들의 경쟁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힉스의 선발 변신이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미지수다. 디 애슬레틱은 힉스의 선발 기용 계획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내며 "부상으로 오랜 기간 빠져 있던 힉스는 데뷔 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 등록되지 않으며 지난해 시즌 내내 건강을 유지했다. 강속구를 뿌리는 힉스가 샌프란시스코에 뛰어난 선발 투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힉스는 2022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선발로 8경기에 등판했다. 승리는 없었고 4패를 떠안으며 ERA 5.47에 그쳤다. 5이닝을 소화한 건 단 한 차례(3실점) 뿐이었다.

빅리그 전체에서도 가장 빠른 구속을 자랑하지만 당연스럽게도 제구력엔 의문 부호가 달리는 투수다. 긴 이닝 꾸준히 안정감 있게 공을 뿌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더구나 부상도 잦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 /AFPBBNews=뉴스1류현진. /AFPBBNews=뉴스1
그렇기에 아직 제대로 안정감을 갖추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MLB 이적시장 내용을 주로 다루는 MLB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류현진(37)의 이름을 언급했다. 매체는 "시즌이 지날수록 베타랑 지원군인 콥과 레이가 모두 회복돼 돌아올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불안정성을 고려한다면 자이언츠가 로테이션에 추가적인 보강을 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그럼에도 자이언츠는 투수진과 라인업 전체에 물음표를 안고 오프시즌에 들어섰고 이러한 요구 사항 중 상당수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며 "샌프란시스코의 예상 상황을 고려하면 마이크 클레빈저, 마이클 로렌젠, 류현진과 같은 중간급 투수들 또는 여전히 신중하려 하지만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 같은 최상급 선발 투수를 영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오타니, 야마모토 등에 투자하려 했던 금액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기에 누구라도 충분히 데려올 수 있는 재정 상황의 샌프란시스코다. 다만 잉여 자원이 늘어날 수도 있다. 콥과 레이가 돌아온다면 선발진이 포화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당장 활용할 선발이 필요하고 힉스가 선발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엔 의문 부호가 달려 있다.

류현진은 매우 적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2013년 빅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186경기에서 185경기를 선발로 뛰었고 78승 48패 ERA 3.27로 매우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두 차례 수술 이력이 있지만 부상으로 빠진 시즌을 제외하면 크게 부진한 적이 없었다. 2019년엔 14승 5패 ERA 2.3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빅리그 전체 ERA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도 팔꿈치 수술 후 복귀해 1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3승 3패 ERA 3.46으로 준수했고 떨어진 구속을 만회하기 위해 신무기인 초저속 커브로 화제를 모을 만큼 노련함이 돋보이는 투수다. 선발진이 불안한 팀에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는 백전노장의 투수다.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에 입성한다면 이정후와 시너지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이미 김하성과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가운데 같은 지구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류현진과 이정후가 결합한다면 국내 야구 팬들에겐 더욱 볼거리가 풍성한 2024시즌이 될 전망이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류현진. /AFPBBNews=뉴스1
FA 류현진. FA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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