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영發 PF 구조조정 시작…'브릿지론' 가이드라인 검토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4.01.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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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PF 브릿지론 18곳, 경공매 가능성…당국, 부실 사업장 충당금 강화 검토

[단독]태영發 PF 구조조정 시작…'브릿지론' 가이드라인 검토


앞으로 수차례 만기연장한 브릿지론 단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충당금 부담을 높여 사업장이 부족한 PF의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유도하기로 해서다. 보증 규모만 1조2193억원에 달하는 태영건설 브릿지론 PF 18곳 처리 방안이 금융당국이 고민하는 가이드라인에 참고가 될 전망이다.

태영건설 브릿지론 18곳, 경공매 등으로 정리할 듯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개시를 시작으로 전국 총 3500곳에 달하는 부동산 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60곳은 앞으로 3~4개월 실사를 받는다. 사업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되면 추가자금이나 보증을 통해 정상 완공되지만 사업 초기인 토지 매입 단계의 18곳 브릿지론 PF는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땅만 매입해 놓고 착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만기가 수차례 연장된 사업장은 결국 경공매로 토지를 처분해야 한다. 사업을 지속하려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데다 새로운 시공사를 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도 "PF 사업장 중에서 정리가 필요한 곳이 있다"며 "과감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다른 브릿지론 PF 사업장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수 있다. 대주단 협약이 진행 중인 전국 187개 사업장 중 브릿지론 사업장은 144곳에 달한다. 브릿지론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캐피탈사, 증권사 등 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했다. 인허가 전 단계인 브릿지론은 만기가 3~6개월 정도도 짧지만 최근 착공 단계인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고 대부분 만기연장됐다. 특히 태영건설 워크아웃 실사 완료 시점이자 4월 총선 이후 4번째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폭탄돌리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브릿지론의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밝힌 134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잔액에는 저축은행 토지담보대출 13조원과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공동대출 등이 빠졌다. 증권사 보증까지 합치면 많게는 50조~80조원 규모의 '숨은' 브릿지론이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태영건설만 해도 18개 사업장에 1조2193억원에 달한다.

만기 연장 브릿지론 PF "충당금 높여 질서있는 구조조정 필요"
태영건설 실사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은 브릿지론 PF 사업장에 대한 금융회사 건전성 강화 방안 마련을 고심 중이다. 특히 브릿지론을 해 준 금융회사에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강화를 통해 우회적으로 부실 사업장의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저축은행 기준으로 부동산 PF 충당금은 고정이하는 자산의 30%, 회수의문은 자산의 75% 이상을 쌓도록 하고 있다. 일반대출 대비 많게는 2배 규모이나 담보로 잡은 토지의 자산재평가 주기가 2년으로 브릿지론 만기 3~6개월과는 동떨어졌다. 특히 최근 떨어진 가격을 충당금에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아 재평가 주기를 2년 이내로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기를 수차례 연장한 브릿지론은 충당금 부담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브릿지론이나 다름없는 저축은행 토담대나 상호금융 공동대출도 PF 수준으로 충당금 규제가 필요하다. 최근 저축은행은 신규 토담대만 PF 대출 수준으로 쌓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브릿지론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 금융회사가 만기연장으로 연명하기 보단 경공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거품'이 낀 땅값이 조정을 받으면 PF 사업장에도 신규자금 유입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만기연장만 반복하고 본PF로 전환하지 못한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한 정리를 고민해야 한다"며 "다만 한꺼번에 경공매로 나오면 충격이 크기 때문에 금융회사 충당금 부담을 높이는 식으로 손실인식을 서서히 하면 안 좋은 사업장부터 하나둘씩 순서를 잡고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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