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이 아이 졸업식을 맞아 직접 만든 피카츄 꽃다발, 시나모롤 꽃다발. /사진=이승주 기자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생활용품 판매점. 학부모 이효은씨(37)는 신중한 표정으로 인형, 조화 꽃, 사탕 코너 등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는 딸의 유치원 졸업식을 앞두고 사탕과 인형이 가득 담긴 '엄마표 꽃다발'을 만들기로 했다.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꽃가게에서 생화 꽃다발을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씨는 "꽃가게에 갔더니 졸업식 꽃이 5만원 정도 했다"며 "아이가 지금은 어려서 꽃이 예쁜지도 잘 모르는데 5만원은 비싼 것 같다. 수고스러워도 아이가 좋아할 인형이나 사탕으로 졸업식 꽃다발을 만드는 게 더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시내 꽃집 8곳에 문의한 결과, 졸업식 꽃다발 가격은 대체로 3만~5만5000원 사이였다.
지난 9일 학부모 이효은씨가 생활용품 매장에서 조화꽃을 보고 있다. /사진=이승주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12일 절화(판매용으로 뿌리를 자른 꽃) 프리지아 평균 가격은 411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70원보다 약 9.2% 올랐다. 프리지아의 꽃말은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로 졸업식에서 자주 사용되는 꽃 중 하나다. 같은 기간 안개꽃의 평균 가격은 1만9192원으로 전년 대비 19% 올랐다.
7살 딸의 유치원 졸업식 꽃다발을 만들고 있는 이효은씨(37)./영상=이승주 기자
셀프 꽃다발은 약 45분 만에 완성됐다. 이씨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조화와 인형을 철끈으로 둘러서 묶었다. 사탕과 초콜릿은 풍선용 컵스틱에 붙여 꽃다발에 꽂았다. 포장지 2개로 안쪽과 바깥쪽을 감싸 모양을 만든 뒤 예쁜 리본을 붙여 마무리했다. 이씨는 "처음 해본 거라 서툴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며 "그래도 막상 해보니까 뿌듯하고 재밌다. 아이가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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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완성된 꽃다발을 안방에 몰래 숨겨뒀다. 그는 "졸업식날 깜짝 서프라이즈로 딸에게 보여줄 것"이라며 "졸업식이 끝나면 조화는 집에 관상용으로 둘 생각이고 남은 포장지나 끈은 초등학교 입학식이나 생일 때 쓰면 될 것 같다. 가격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반응 역시 뜨겁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서정진씨(38) 역시 아들의 유치원 스포츠단 입단식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주 '피카츄 꽃다발'을 만들었다. 서씨는 "아들 취향에 맞게 캐릭터 랜덤 뽑기 키링으로 꾸몄다"며 "아들이 '우와 포켓몬이다'라면서 너무 좋아했다. 바로 캐릭터 랜덤 뽑기 키링들을 열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