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곧 넘어가는데…출근하는 회장님 '침묵', 속내는?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4.0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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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이후 일주일째 장고...한앤코, 법원에 강제이행 신청 가능성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 5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 5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대법원 판결로 남양유업 (509,000원 ▲9,000 +1.80%)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된 홍원식 회장이 주식매각 방식과 시점을 놓고 장고에 돌입했다. 신속하게 진행해 3월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이전에 퇴진할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출구 전략을 선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 선고 후에도 회사로 출근하는 회장님...지분 매각 여부 함구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대법원이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맺은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하다고 판결한 이후에도 강남구 논현동 본사(1964빌딩)에 계속 출근하며 업무를 보고 있지만, 주식매각 계약 이행 여부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홍원식) 회장께서 본사로 출근 중이나, 지분 매각 문제와 관련해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대법 선고 이후 지분 매각 이행 여부, 시점 등에 대해 경영진과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앤코는 대법 선고 당일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라"고 홍 회장을 압박했다. 한앤코 측은 대법 판결 이후 홍 회장 측과 접촉 여부 등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회장의 남양유업 사내이사 임기는 올해 3월 26일까지다. 그가 이에 앞서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할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투자 업계에선 홍 회장이 3월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이전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시간을 끌면, 한앤코가 최대주주 지위를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앤코는 2021년 주식매매계약을 제때 이행하지 않아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홍 회장에게 약 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이 소송은 2022년 11월 제기해 아직 1심 판결 전이나, 본안 소송격인 주식매매계약 이행 소송에서 홍 회장이 최종 패소하면서 한앤코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홍 회장이 신속한 주식양도를 전제로 한앤코 측에 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요청하는 합의안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대법 판결로 주식매매계약 이행 강제성을 확보한 한앤코 측에서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 계약 파기 후 두 번째로 매각을 협의한 대유위니아와는 계약금 320억원 및 지연이자를 배상해야 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에선 홍 회장이 승소했지만, 지난해 12월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대유위니아의 손을 들어줬다.

홍 회장이 주식양도 대금 3107억원 중 약 26%인 820억원을 배상금으로 물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1964빌딩) 전경. /사진제공=남양유업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1964빌딩) 전경. /사진제공=남양유업
비상장사 전환, 사명 변경 등 다양한 시나리오 거론...한앤코 "확정된 내용 없다"
일각에선 홍 회장이 한앤코에 지분을 양도한 뒤, 한앤코가 남은 지분을 추가 매수해서 남양유업을 비상장사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대주주가 발행 주식의 95% 이상을 확보하면 자진 상장 폐지를 할 수 있는데, 홍 회장과 일가 보유 지분이 53.08%여서 한앤코가 남은 지분 약 42%를 추가 확보하면 가능해진다. 우선주 매입 등을 고려하면 약 33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는 공시 의무가 없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경영정상화로 사모펀드의 운용 목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측면에서 유리하다. 앞서 한앤코는 의료기기 기업 루트로닉을 인수한 뒤 비상장사로 전환했고, MBK 등 유력 사모펀드들이 기업 인수 이후 추가 지분 매입으로 비상장사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창업주의 무차입 경영 기조로 남양유업의 부채비율이 낮다는 점도 비상장사 전환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남양유업의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약 15%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임직원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다만 이미지 쇄신을 위한 사명 변경, 불필요한 자산 매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와 관련 한앤코 측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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