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단장(왼쪽)과 염기훈 감독. /사진=박건도 기자
염기훈 수원 감독은 11일 경기도 화성의 수원삼성블루윙즈축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제9대 수원 삼성 감독 부임 기자회견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하다가 예상보다 빨리 감독이 됐다. 기쁜 마음보다는 무거운 마음, 책임감이 크다. 승격에 축구 인생 모든 걸 걸었다.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다. 선수때 보여준 순한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 많이 비춰질 거다. 많은 분이 웃는 모습을 많이 봤을 것이다"라며 "규율을 까다롭게 생각한다. 타이트한 감독이 될 예정이다. 모든 걸 걸고 이 자리에 섰다"라고 밝혔다.
박경훈 단장은 "지난해 수원은 초유의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단장으로 오게 되어 걱정도 된다. 앞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을 찾고 있다. 수원이 명문으로 다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겠다. 팬들의 사랑 다시 받도록 K리그1으로 가겠다"라고 말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수원은 한동안 차기 감독 선임이나 선수 영입을 발표하지 않았다. 약 한 달간의 침묵을 깬 건 박경훈(60) 단장 선임 소식이었다. 박경훈 단장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중요한 시기에 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용감한 변화와 대담한 실행을 바탕으로 팀의 1부 승격과 명가 재건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구단은 "박 단장은 선수와 감독으로 K리그1·2를 두루 경험했을 뿐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행정업무 경험까지 보유하고 있어 구단을 쇄신해 1부리그 승격으로 이끌 적임자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수원의 제9대 감독으로 선임된 염기훈. /사진제공=수원 삼성 블루윙즈
-수원에 온 느낌은 어떤가. 프런트의 현장 지원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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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단장: "저는 감독도 해 봤다. 학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쳐 봤다. 프로구단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도 했다. 수원이라는 명가가 강등이 될 것이라는 건 그 누구도 생각 못 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용감한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 봤다. 담대히 실행하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변화해야 한다. 과감하게 바뀌겠다."
- 어떤 권한을 받았나. 축구 방향성은.
염기훈 감독: "박경훈 단장이 지원을 해주신다더라. 소신껏 하라 하셨다. 기존 대표와 단장은 사임했다. 아직 진행이 많이 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소통하면서 선수 구성을 해나갈 예정이다. 제가 원하는 선수가 오는 게 우선적이다. 전술에 맞는 선수가 필요하다. 2부리그 경험은 없지만, 많은 분에게 조언도 얻었다. 1부나 2부 모두 전쟁이라 생각한다. 1부리그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2부리그도 자신 있다. 단장님과 상의해서 잘 해보겠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염기훈 감독(오른쪽)과 박경훈 단장. /사진=박건도 기자
염기훈 감독: "저도 팬들에게 죄송하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선수 때는 누구보다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셨다. 팬과 다른 선택을 했다. 충분히 이해한다. 경험이 없을 뿐이지,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밤낮 안 자면서 이겨낼 자신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속상하기는 했지만, 경험이 없는 건 사실이다."
- 전술 계획은.
염기훈 감독: "새로운 단장이 오신지 얼마 안 됐다. 2부리그 분석도 많이 했다. 역동적인 축구가 필요할 것 같다. 단순히 뛰는 게 아니다. 미드필더를 활용한 축구를 구사하고 싶다. 선수들이 패스를 하고 서 있는 경우가 많더라. 바꾸려고 노력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안 된다고 선수단에게 명확하게 얘기했다. 이 부분이 고쳐지지 않으면 출전하지 못할 것이라 강하게 얘기했다."
- 정확한 선임 일자는.
염기훈 감독: "구단과 얘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단장님 오시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결정할 수 있는 분이 아무도 계시지 않았다."
박경훈 단장: "염기훈 감독은 전 대표와 감독과 조율했다. 그 이후에 제가 왔다. 결정은 제가 내렸다. 수원의 현 문제점인 패배감 극복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염기훈 감독을 선택했다. 염기훈 감독이 명확한 목표와 방법을 알고 있더라. 비록 지난해 강등됐지만, 현 선수단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경험이 없다', '왜 염기훈 감독이냐'라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 펩 과르디올라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경험 걱정을 하지 않나. 실패한 감독도 있지만, 처음부터 성공한 감독도 엄청 많다. 염기훈 감독에게 명확한 목표를 물어봤다. 듣고 나니 염기훈 감독을 써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감독에게 모든 걸 실어주겠다. 나는 K리그1, K리그2 감독 다 해봤다. 2부리그가 더 힘들다는 생각도 들더라. 염기훈 감독이 수원 레전드로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
박경훈 단장. /사진제공=수원 삼성 블루윙즈
염기훈 감독: "오로지 승격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팬들께서 걱정하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선수 생활을 오래 했고, 지도자 생활은 짧다. 하지만 모든 걸 걸었다. 책임질 자신도 있다. 모든 결정은 팀을 위해 하겠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라고도 전했다."
- 선수단 상황을 아나. 방출이 많은 걸로 안다.
박경훈 단장: "수원은 K리그2로 강등됐다. 지난해에도 적은 돈을 쓰지는 않았다. 체질 개선이 우선이다.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감독과 상의하겠다. 지난해 57실점에 35골을 기록했다. 강등될 수밖에 없었다. 공격 라인 보강이 필수다. 감독이 원하는 철학이 입히도록 같이 고민하고 최대한 지원하겠다."
- 보는 선수가 있나.
염기훈 감독: "외부 선수도 중요하지만, 나가는 선수도 잡아야 한다고 봤다. 카즈키를 남겨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다. 지금은 외부 선수보다 남은 국내 선수들을 확인해야 한다. 계속 얘기 중이다."
- 김병수 전 감독과 불화설이 있었다.
염기훈 감독: "얘기하고 싶었다. 저와 가족들도 힘들었다. 어떻게 얘기가 나온 지 모르겠다. 마치 제가 뭘 한 것처럼 말을 하더라. 차라리 모든 게 밝혀졌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부인도 힘들어했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락도 왔다더라. 나는 떳떳하다. 무슨 일이 있었다면, 누구든 밝혀줬으면 하다. 감독이 돼서 제게 오는 비판은 감당할 수 있다. 가족들이 힘든 건 아니다. 올겨울이 가장 힘들었다. 쉬지도 못했다. P급 지도자 자격증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이병근 전 감독님 얘기가 또 나와서 죄송스럽다. 감독님께도 얘기를 오래 나눴다. '김병수 감독을 내보내기 위해 P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러 갔다'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없었던 일이다. 쿠데타라는 말 때문에 부인도 엄청 울었다. 없는 일을 얘기하는 건 사과하셨으면 좋겠다."
- 지난해 부상이 많았다.
박경훈 단장: "회복이 잘 안 됐을 때 부상이 오는 것 같더라.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숙소에 잠자리도 좋아야 한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비록 강등이라는 아픔이 있지만, 선수들에게 관심을 주는 게 중요하다. 수원은 멋있는 축구를 하려 하더라. 이래서는 승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렬하고 용맹한, 거친 축구를 선수단에게 강조했다."
- 구단의 문제점은.
박경훈 단장: "부산 아이파크에서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를 했다. 부산에 집중했다. 사실 수원 경기는 막바지에 봤다. 내막은 잘 몰랐다. 단장 부임 후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아직 온 지 3일밖에 안 됐다.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새롭게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염기훈 감독. /사진제공=수원 삼성 블루윙즈
박경훈 단장: "소문은 들었다. 지난주 목요일에 제일기획 임원분이 만나자더라. 수원 단장직을 그때 제의받았다. 부산에 몸을 담는 상황이라 생각을 했다. 이틀 동안 고민했다. 일요일에 현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태원쪽에서 점심을 먹으며 계약 조건에 대해 얘기했다. 정몽규 부산 구단주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 수원의 제안을 받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정몽규 회장도 흔쾌히 허락하시더라. 5시에 기사가 나가니, 그 전에 업무 정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속전속결로 수원 단장에 부임하게 됐다."
- 규율 예시가 있나.
염기훈 감독: "프로 생활 중에도 항상 기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클럽하우스나 운동장 안에서 규율을 감독 대행 때도 얘기했다. 선수들도 힘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지키지 못한다면, 가차 없이 경기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벌금도 받았다. 선수단 내 믿음이 생기는 과정이라 봤다."
- 반대가 컸다. 그럼에도 감독을 맡는 이유는.
염기훈 감독: "감독 대행때도 두려웠다. 플레잉코치때는 뭘 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였다. 제가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으면 감독 대행직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팀만 바라봤다. 정식 감독 제안 당시 부인도 반대했다. 하지만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할 수 있겠다'라는 믿음이 커졌다. 항상 저는 외부 얘기보다 제 선택이 우선이었다. 수원에 선수로 올 때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바꾸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지도자로서도 마찬가지다. 저는 증명해내겠다. 시즌이 끝나고 평가하셨으면 하다. 팬들도 이 팀을 사랑하는 만큼, 저도 너무 좋아한다. 팀을 쉽게 떠나지 않겠다."
- 오는 선수가 있나.
염기훈 감독: "이미 훈련도 하고 있다. 뽑은 선수를 지금 말하기는 그렇다. 앞으로 단장과 상의도 해야 한다. 아직 영입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도 있다."
- 팬과 간담회는.
박경훈 단장: "서포터즈가 있어 수원이 명문이 됐다. 강등으로 가장 슬픈 사람들일 것이다. 언제든 좋다.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겠다. 시간은 문제가 없다. 다만 선수단 구성 문제가 중요하다. 내일 전지훈련을 떠난다. 일들이 빨리 마무리되면, 팬들과 만나서 얘기하겠다."
박경훈 단장(왼쪽)과 염기훈 감독. /사진=박건도 기자
염기훈 감독: "서울 이랜드가 위협적이다. 새로운 감독과 선수가 많이 갔다. 선수단 동기부여가 강할 것이다. 많은 선수가 영입됐다. 이랜드가 강력히 치고 올라오지 않겠나."
박경훈 단장: "수원에 오기 3, 4일 전까지만 해도 부산을 봤다. 부산이 강력한 승격 후보 중 하나다. 부산이 지난해 실점은 적었지만, 득점도 저조했다. 올해는 강력한 우승 후보라 본다. 작년보다 예산도 늘었다. 더 강해질 것이다."
-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 간지 꽤 됐다. 쇄신이 가능할까.
박경훈 단장: "운영 주체가 바뀐 건 이해한다. 팬들의 눈은 굉장히 높다. 과거에는 재정 지원도 컸다. 지금은 전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저는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본다. 돈을 많이 쓰지 못하더라도, 우승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명장이다.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 훌륭한 성적을 내지 않았나. 좋은 선수도 길러냈다. 명장의 반열에 빠르게 올라선 이유다. 지금은 비록 K리그2지만, 염기훈 감독이 수원을 명가 반열에 올렸으면 좋겠다."
- 대략적인 예산 계획은.
박경훈 단장: "아직 준비 단계다. K리그2에서는 가장 많은 액수를 쓰지 않을까 싶다. 감독에게 부담일 수도 있다."
- 권창훈이 FA로 전북을 갔다.
염기훈 감독: "(권)창훈이와 통화를 했다. 기사를 나기 전에도 얘기했다. 많이 속상하다. 팬들도 속상한 마음이 크신 것 같다. 권창훈도 열심히 하려 했지만, 부상이 있었다. 참고 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권창훈도 죄송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아직 해외 진출의 희망이 크다고 많이 얘기했다. 심지어 권창훈은 FA였다. 선수 개인 삶을 봤을 때는 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 단장의 역할은.
박경훈 단장: "이 전에는 비 축구인 단장이 있었다. 이번에는 회사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겠나. 감독으로서 K리그1과 K리그2를 경험했다. 대한축구협회(KFA) 전무, 교수,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역량도 있다. 염기훈 감독에게 없는 경험이 있다. 초보 감독이지 않나. 열정과 도전 의식은 어마어마하다. 제가 단장으로서 충분히 지원하겠다."
- 지난해 부산은 승격 실패했다. 필요한 한 방이 뭘까.
박경훈 단장: "결정적인 순간에 감독의 역량이 필요하다. 연패에 빠지면 안 된다. 박진섭 감독의 역량은 상당히 훌륭했다. 득점과 도움이 5위였는데, 마지막까지 선두를 달렸다. 감독의 전술과 전략이 뛰어났다는 증거다. 마지막 결정적인 게 필요하다. 없으면 우승은 어렵다. 염기훈 감독을 잘 돕겠다."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 입구. /사진=박건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