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름표 붙인 중국 전기차…현대차는 현지화 '정면승부'

머니투데이 노쇼비체(체코)=강주헌 기자, 부다페스트(헝가리)=최경민 기자 2024.01.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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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韓中 전기차·배터리 대전]③중국의 공세에 맞서는 현대차

편집자주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가 '싸구려'를 벗어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브랜드 가치까지 갖춘다. K-밸류체인의 코앞에 대규모 투자를 할 정도로 과감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 기업들도 헤게모니를 넘겨주지 않으려 분투중이다.

유럽 이름표 붙인 중국 전기차…현대차는 현지화 '정면승부'


"조금은 당황하고 있죠."

지난달 6일 체코 모라바슬레스코주 노쇼비체 현대차 체코공장(HMMC)에서 만난 이창기 법인장이 중국 전기차의 현지 진출에 대해 한 말이다. 그동안 '싸지만 성능이 떨어진다'는 시선을 받아온 중국 전기차가 유럽 현지에서 먹히기 시작한 상황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 묻어났다.

실제 지난해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에서 중국은 한국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의 유럽 내 전기차 판매는 17만4720대에 달했다. SAIC(8만5791대)가 188%, 지리그룹(7만2361대)이 98% 넘는 성장률을 보인 결과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11만6817대였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중국 기업들이 내수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는 판단 아래 유럽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것으로 분석한다. 즉 중국 내 공급과잉과 내수시장 경쟁이 심화하자,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은 '유럽 브랜드'를 앞세운다. 대표적으로 영국 자동차 브랜드 MG모터는 중국의 SAIC 산하 브랜드다. 스웨덴 프리미엄 브랜드 볼보, 볼보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폴스타는 지리그룹 소속이다. 전기차 업계는 유럽에 들어오는 중국 차의 약 84%가 이같이 우회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 BYD의 경우 대형 딜러를 통한 마케팅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췄다. BYD의 '돌핀'은 동급 유럽 브랜드 전기차 대비 5000~1만 유로 가량 더 저렴하다. 주행거리도 310~427㎞로 준수한 편이다. 지난해 유럽에서 연 1만대 판매를 달성한 것으로 보이는 BYD는, 향후 헝가리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유럽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BYD BYD
이 법인장은 "MG모터나 폴스타가 유럽계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이라며 "중국 전기차는 그동안 영국과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고 이제 다른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정면승부'로 방향을 잡았다. 당장의 경쟁자는 중국 보다는 테슬라와 같은 선도기업이다. 글로벌 톱티어 전기차 기업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국을 압도할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우선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현대차 체코공장만 봐도 현재 유럽에 공급하는 전기차 모델은 '코나 일렉트릭' 한 차종이지만 2027년에는 세 차종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10년간 전동화 전환에 연평균 3조원 이상을 쏟아부어 글로벌 전기차 생산 비중을 현재 8%에서 2030년 34%로 늘린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전기차 시장에도 적극 대응한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경형 SUV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한다. 특히 LFP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기술 내재화 계획을 세웠다. 올해까지 LFP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 이르면 2025년부터 실제품에 적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품 현지화 등을 통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원가를 절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이 값싼 전기차를 내세워 판매를 확대하자 미국과 유럽이 보조금을 통한 견제에 나서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체코법인 BSA(배터리시스템) 공장./사진제공=현대모비스현대모비스 체코법인 BSA(배터리시스템) 공장./사진제공=현대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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