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게임이 있었네"

머니투데이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24.01.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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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게임 전시회, 2023 G-STAR(지스타) 현장 /사진=임한별(머니S)국제 게임 전시회, 2023 G-STAR(지스타) 현장 /사진=임한별(머니S)


새해가 되면 기자들이 기업 또는 기관 대표들을 만났을 때 하는 단골 질문이 있다. 정량적인 목표다. 이미 기업들은 연말부터 검토하고 확정한 숫자가 있지만 쉽게 답하지 못한다. 미중 무역긴장, 우크라이나 전쟁, 반도체·석유화학 및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 세계 각국의 선거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요소가 많으니 활자로 박제되는 게 큰 부담이 될 터다.

오히려 저성장 시대에 마이너스 성장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인 기업도 나온다.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고 버티기가 최선인 기업도 있다. 그래서 대표들의 단골 답변도 있다. "위기다." 소위 '밑밥' 깔기용처럼 기업들은 매년 위기라고 답한다.



그런데 진짜 위기다. '맥킨지코리아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 2분기에 1% 미만으로 성장정체기를 맞았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2%대에 그친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하면서 글로벌 IT(정보기술)경기 회복 및 교역부진 완화로 지난해보다는 회복하겠지만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성장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저성장 기조에는 노동(인구구조의 불균형 가속화와 노동생산성 저효율) 자본(상장주식시장 매력도 부족 및 모험자본시장 역동성 부족) 산업경쟁력(국가 기둥산업의 경쟁격화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 지속) 3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맥킨지코리아는 분석했다. 즉 한국 경제는 GDP(국내총생산) 성장요소(노동력, 자본, 산업생산성)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과제로 8가지를 제시했는데 이 가운데 일반기업이 적용해볼 수 있는 과제로는 △비즈니스모델 개편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로의 전환 △AI(인공지능) 전환 등을 꼽을 수 있다.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진 요즘 고객의 변화에 대응하려면 비즈니스모델 개편은 필수다. 특히 전통산업에서는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 AI기술을 도입하면 생산성 증대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과제를 이미 잘 수행 중인 산업이 있다. 요즘 각광받는 K콘텐츠다. 소설과 만화는 웹과 모바일로 전환돼 소비된다. 우수 콘텐츠는 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고부가가치를 일으킨다. 최근 AI를 도입해 생산성까지 높였다. 역으로 게임이 웹소설과 웹툰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게임은 다시 봐야 할 콘텐츠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장 최신 자료인 2021년 콘텐츠산업의 수출액은 124억5290만달러(약 16조원)다. 이중 약 70%를 차지한 수출역군이 게임이다. 게임의 2021년 수출액은 전년보다 약 6% 증가한 86억7287만달러(약 11조원)로 전체 콘텐츠 수출을 이끌었다. 올해 IT 신기술 트렌드로 꼽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AI(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모두 담은 산업도 게임이다.


하지만 국내 일각에서 게임의 이미지는 여전히 '바다이야기'에 멈춰 있는 듯하다. 2004년 출시된 아케이드 게임 '바다이야기'는 매우 중독성이 강한 사행성 게임으로 사회적 문제가 심각했다. 20년이 흘렀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리그 오브 레전드 2023 월드챔피언십'에서 한국팀이 금메달을 땄다.

글로벌 선도 초격차 산업을 우리는 여전히 '도박'과 '중독성'으로만 묶어 보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국내 기업이 지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신기술을 뽐내고 있다. 이중에는 국내 게임사도 있다. CES와 같은 전시회를 국내에서 개최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게임이다. 'G-STAR'(지스타)가 CES처럼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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