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잘못→반성→징계 감면' 윤이나, 호주서 시드 획득했다... KLPGA 복귀 기대감도 부푼다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4.01.0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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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사진=KLPGT윤이나. /사진=KLPGT


윤이나의 티샷 장면. /사진=KLPGT윤이나의 티샷 장면. /사진=KLPGT
치명적 실수였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숨겼다는 것이다. 이에 윤이나(20·하이트진로)는 뼈아픈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징계가 감면됐고 새 시즌 출전이 가능해졌다. 호주 무대에서 기분 좋은 소식까지 전하며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대한 기대도 끌어올리고 있다.

윤이나는 9일 호주 트위드헤즈 쿨랑가타 앤드 트위드헤즈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2024 호주여자프로골프(WPGA) 퀄리파잉 토너먼트 대회 최종 2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 7언더파 137타를 기록한 윤이나는 단독 4위로 상위 5명에게만 주어지는 올 시즌 출전권을 따냈다.

겹경사다. KLPGA로부터 징계를 감면 받은 데 이어 호주에서 시즌권까지 따냈다. 부족한 실전감각에도 징계 전 보였던 기량이 여전함을 방증하는 성과다.



윤이나는 2022년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KLPGA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300야드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장타를 앞세워 뛰어난 성과를 냈다. 2022년 7월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그달 17일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선 생애 첫 우승까지 차지했다.

2022년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 우승한 뒤 웃고 있는 윤이나. /사진=KLPGT2022년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 우승한 뒤 웃고 있는 윤이나. /사진=KLPGT
첫 우승 당시 윤이나. /사진=KLPGT첫 우승 당시 윤이나. /사진=KLPGT
신인상 포인트 2위, 장타 1위를 달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달리며 골프 팬들을 매료시켰고 많은 팬덤과 함께 KLPGA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이목을 끌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2022년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윤이나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우측으로 밀린 15번 홀 티샷 이후 러프에서 공을 찾아내 플레이를 했고 경기를 마쳤다. 결과는 컷 탈락이었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러프에서 찾은 공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고 이를 인지했음에도 경기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실을 한 달 가까이 숨겼다는 점. 이후 자진신고를 했지만 규칙을 위반했고 한 달 후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 대회에도 정상적으로 참여했고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빼어난 실력은 이미 인정받았지만 자라나는 새싹과 같은 선수가 양심을 속였다며 많은 비판이 따랐고 한국여자오픈을 주관한 대한골프협회(KGA)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윤이나에게 협회 주관 대회 출전 정지 3년 징계를 부과했다. KLPGA 또한 윤이나에게 3년간 KLPGA 주관 또는 주최 모든 대회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로써 윤이나는 오는 2025년 9월까지 KLPGA가 주관 또는 주최하는 모든 대회(투어·시드전·선발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징계가 시작된 뒤 1년이 흐른 지난해 9월 대한골프협회는 윤이나의 출전 정지 기간을 1년 6개월로 경감했다. 당시 협회는 "협회의 징계 결정에 순응하고 징계 이후에 50여 시간의 사회봉사활동과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 13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하는 등 진지한 반성과 개전의 정이 있었다"며 "윤이나의 구제를 호소하는 5000여건 이상의 탄원, 3년의 협회 징계가 국내 전체프로투어 3년 출전정지로 이어져 중징계에 가깝다는 여론적 평가 등을 고려했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지난해 9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사무국에서 열린 상벌분과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해 9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사무국에서 열린 상벌분과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시선은 KLPGA로 향했다. 골프 팬들 사이에서도 윤이나를 옹호하는 시선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문제를 일으킨 대회인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을 주관한 대한골프협회가 이미 징계를 감면한 상황에서 KLPGA도 이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KLPGA도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당장 결정하지 못하고 2024년 첫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8일 KLPGA도 윤이나의 징계 감면을 발표했다.

KLPGA는 8일 "2022년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물의를 빚어 KLPGA 주관 또는 주최 대회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윤이나 회원의 징계 기간을 감면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고 그 결과 상벌분과위원회의 추천을 수용해 윤이나의 출장 정지 징계 기간을 3년에서 1년 6개월로 감면키로 했다.

여론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KLPGA는 "스폰서를 비롯한 골프 관계자, 골프 팬, 전체 회원 등의 입장과 윤이나 선수에 대한 대한골프협회(KGA)의 징계 감경 등이 고려됐다"며 "장시간의 논의가 이어지면서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가 상금을 기부하거나, 선수에게 사회봉사활동 시간을 부여하자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윤이나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팬들. /사진=뉴스1윤이나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팬들. /사진=뉴스1
KLPGA는 "지난해 10월 30일 '2023년도 KLPGA 제4차 상벌분과위원회'는 '윤이나 정회원 징계 감면 요청 건'에 대해 심의했으며 ▲징계 결정에 순응했고 ▲징계 이후 약 50여 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 투어에서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하고 유소년 선수에게 무료 골프 강의를 하는 등 진지한 반성과 자성의 시간을 보냈으며 ▲앞으로 협회 발전에 기여하고 타 선수와 일반인에게 모범을 보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확약하였으며 ▲구제를 호소하는 3500건의 탄원을 감안하여 윤이나 회원의 KLPGA 주최 및 주관대회 출장정지 3년(2022.09.20~2025.09.19) 징계를 1년 6개월(2022.09.20~2024.03.19)로 감면하는 것을 KLPGA 이사회에 추천했다"며 "이에 지난해 12월 14일 '2023년도 KLPGA 제10차 이사회'에서 토론을 거친 결과 차기 이사회에서 재논의하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윤이나는 오는 3월 20일부로 KLPGA 대회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국내 공식 개막전은 4월 6일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이었다. 아직 2024시즌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개막전부터 문제 없이 출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윤이나 측은 조심스러웠다. 윤이나의 매니지먼트사 크라우닝은 윤이나의 입장을 대신 전했는데 "윤이나 선수는 골프 선수로서 다시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와 대한골프협회에 감사함을 전했다. 윤이나 선수는 앞으로도 봉사와 자숙의 시간을 가지는 한편, 선후배 동료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양해를 구하고 마음을 열기 위해 선수는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골프의 정신과 규칙에 따라 정직하고 성실하게 플레이 할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이어 "복귀를 바라고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을 위해 윤이나 선수는 다시 필드에 서기까지 훈련에 매진하고자 한다"며 "선수의 잘못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복귀 시점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경기력이 일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WPGA 퀄리파잉을 통해 시즌 초반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경기력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윤이나는 1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기록하더니 이날 4타를 더 줄이며 15개 국가에서 전체 60명이 출전한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장식했다.

윤이나. /사진=KLPGT윤이나. /사진=KLPGT
첫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윤이나와 팬들. /사진=KLPGT첫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윤이나와 팬들. /사진=KL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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