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픽' 스티븐 연, 할리우드 유리천장 깨부쉈다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2024.01.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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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골든글로브 공식 SNS/사진=골든글로브 공식 SNS


배우 스틴븐 연(연상엽·40)이 할리우드의 유리천장을 깨부쉈다. 백인 중심의 보수적인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올렸다.

스티븐 연은 7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단막극 시리즈 부문(Best Limited Series, Anthology Series, or Motion Picture Made for Television)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는 작년 4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원제 비프, Beef)'로 일군 성과다. 극 중 스티븐 연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한국계 노동자(도급업자) 대니 조로 분해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의 폭주를 쫄깃하게 표현해냈다. 난폭 운전을 하고 달아난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를 집요하게 추격, 예측불가의 복수전을 벌이며 웰메이드 블랙 코미디를 선사했다. 스티븐 연뿐만 아니라 제작·연출·극본의 이성진, 출연 배우 영 마지노, 죠셉 리, 저스틴 H. 민, 애슐리 박, 데이비드 최 등 한국계 미국인이 대거 참여해 완성된 '성난 사람들'이다.

'봉준호 픽' 스티븐 연, 할리우드 유리천장 깨부쉈다


공개 당시 5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들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았다. 이에 '성난 사람들'은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비롯해 TV 단막극 시리즈 부문 작품상, 여우주연상(앨리 웡)까지 3관왕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스티븐 연은 한국계 최초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더했다. 골든글로브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의 전초전으로, 콧대 높은 할리우드에서도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유명한 바. 유색인종 배우와 비영어권 작품에 인색하기로 악명 높은 곳이기에, 그 벽을 한층 허물은 수상 낭보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2021년 골든글로브는 윤여정 주연의 '미나리'를 '미국 영화'라고 소개하면서도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이라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으로 분류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이는 현지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한국계 최초, 영광의 타이틀을 획득한 스티븐 연은 "평소 내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게 타인과 분리, 고립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 자리에 오르니 다른 사람들부터 떠올리게 된다. 매우 신기한 느낌이고 그것은 '겨울왕국' 줄거리처럼 느껴진다"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남겼다.


/사진=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스틸/사진=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스틸
스티븐 연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캐나다로 이민, 이후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어엿한 할리우드 배우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미드 '워킹 데드' 시리즈의 글렌 캐릭터로 이름을 알렸으며, 꾸준히 한국 영화인들과의 협업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출연했고,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선 윤여정의 사위를 연기했다. '미나리'로 윤여정이 미국 오스카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달성했을 때에, 스티븐 연은 수상이 불발되긴 했으나 한국계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로 선정됐던 실력파다.

게다가 '거장' 봉준호 감독의 마음도 훔치며 전 세계적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떠오른 스티븐 연이다.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미키 17' 출연을 확정,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에 이은 두 번째 협업을 선보인다.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등과 나란히 출연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며 오는 3월 29일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골든글로브를 휩쓴 스티븐 연의 '성난 사람들'은 이제 드라마계 오스카상, '에미상'을 노린다. 오는 15일 미국에서 열리는 제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 13개 후보로 지명되어 있다. 스티븐 연이 과연 골든글로브에 이어 에미상에서도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을지, 뜨거운 기대감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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