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임신 힘들어" 이상민, '멈춘' 정자에 충격…정자 질 높이려면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1.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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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지난 7일 방영된 SBS '미운우리새끼'에선 비뇨의학과를 찾은 이상민이 자신의 정자 모니터링에서 정자 대부분이 움직이지 않자 충격받는 모습이 비쳤다. 심지어 자연임신도, 인공수정도 힘들고 시험관시술을 통해 임신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의사의 소견도 나왔다. 생명의 '씨앗'인 정자·난자의 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 전문의들의 조언으로 알아본다.

난자에 정자들이 도달하는 이미지. 난자에 정자들이 도달하는 이미지.


정자
정자의 질은 정자의 활동성과 수, 모양으로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자의 몸속에서는 1초 동안 1000개, 하루에 1억 개의 정자를 만들어낸다. 남성이 1회 사정할 때 얻을 수 있는 정액은 평균 2㎖ 이상으로, 정액 1㎖당 정자가 2000만 마리 이상 들어 있다.



사정한 지 3~4일 이후에 고환에서 생성된 정액 내 정자의 품질이 운동성·형태 등 여러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반대로 사정한 지 2주일 이상 지나면 체내 활성산소의 영향으로 정자의 운동성 같은 전반적인 지표가 떨어진다고 한다. 건강한 정자를 원할 때 사정은 3~4일 주기가 권장된다.

정자가 만들어지는 곳이 고환이다. 고환은 서늘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고환은 태아의 배 속에 숨겨져 있다가 출생 후 만 3세 전에 점점 밖으로 이동하면서 음낭에 안착한다. 서늘한 곳으로 나오려는 과정이다. 고환 내 단백질은 열에 민감하므로 꽉 끼는 바지·타이즈를 입거나 하체에 과도한 열이 생기는 활동은 자제한다. 자전거를 너무 오래 타면 성기로 가는 혈관이 눌려 고환 온도가 높아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면 정자 농도(정액 1㎖당 정자 수)가 낮고 정자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제네바대 유전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에 20번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남성(정액 1㎖당 4450만 마리)은 일주일에 한 번 이하로 사용하는 남성(정액 1㎖당 5650만 마리)보다 적었다. 또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는 남성의 평균 정자 수는 약 1억2000만 마리인 반면, 휴대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남성은 1억5400만 마리였다.

정액을 채취해 얻은 정자들. 정액을 채취해 얻은 정자들.
연구를 진행한 리타 라흐반 박사는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는 남성에게서 정자 농도가 낮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은 연구 결과로 확인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남성의 평균 정자 농도가 WHO의 남성 불임 수치인 ㎖ 당 1500만 마리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출산과 불임 저널'에 실렸다.

질 좋은 정자를 만들어내려면 체질량지수(BMI)는 20~25를 유지하는 게 좋다. 몸속 지방이 많으면 호르몬을 교란해 정자 성숙을 방해할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성인 남성 1558명을 대상으로 BMI에 따른 정자의 질을 비교했더니 BMI 25 이상인 남성은 BMI 20~25인 남성보다 정자 수·밀도가 각각 21.6%, 23.9% 낮았다.


정자 건강을 위해 챙겨 먹으면 좋은 영양소는 엽산·아연이 대표적이다. 엽산은 정자가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손상되는 것을 막고, 정자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온전한 모습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준다. 정자 수도 엽산이 좌우할 수 있다. 건강한 정자의 머리 넓이는 2.5~3.5㎛(마이크로미터, 1㎛는 0.0001㎝), 머리 길이는 5~6㎛, 중간 부분은 7.5~9㎛, 꼬리는 45㎛가량이다. 엽산이 부족하면 꼬리가 없거나 두 개인 정자, 머리가 둘인 기형 정자가 생길 수 있다. 아연은 정자가 난자를 만날 때까지 정자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한다.

난자
정자가 고환에서 평생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난자는 태어날 때부터 200만 개가량 몸속에 존재한다. 난자는 사춘기에 40만 개가량 남아있고, 이후 배란과 퇴화를 거듭하며 개수가 줄어들다가 폐경 때 약 1000개가량이 남는다. 이 1000개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난자다.



난소에 남아 있는 예비 난자 세포의 수가 줄면 여성의 가임 능력(임신할 수 있는 능력)도 감소한다. 보통 22세부터 임신 능력이 천천히 감소하다 만 35세와 만 37세, 두 차례에 걸쳐 큰 폭으로 줄어든다. 난자 냉동을 생각한다면 늦어도 만 37세 이전에 시행하는 게 좋은 이유다.

난자의 컨디션을 최상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평소 '꿀잠'을 자는 게 좋다. 숙면할 때 나오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2010년 이탈리아에선 시험관 시술 시 난자의 질이 좋지 않은 여성 6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30명)엔 마이오 이노시톨 2g과 엽산 200㎎, 멜라토닌 3㎎을 하루 두 번씩 투여하고, 다른 한 그룹(33명)엔 멜라토닌을 제외하고 나머지 2종을 하루 두 번씩 투여했다. 그랬더니 멜라토닌 투여 그룹에서만 성숙 난자의 개수, 배아의 질, 임신율이 향상됐다. 또 수면장애가 있는 난임 환자가 시험관 시술 시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난자 및 배아의 질이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난자 질과 직결된다. 김경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총 84만4663건의 출산 자료를 분석했더니 임신 전 BMI가 높을수록 자간증 및 임신중독증 빈도도 높아졌다. 자간증은 단백뇨·고혈압을 일으키는 임신중독증의 산모가 임신 기간이나 분만 전후에 전신 경련 발작을 일으키거나 의식불명에 빠지는 질환을 가리킨다.



난자 이미지. 난자 이미지.
항산화 영양소를 챙겨 먹는 것도 난자 건강 관리에 도움 된다. 특히 코엔자임Q10이란 강력한 항산화 성분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난자의 성숙을 돕는다. 이노시톨이란 성분은 난자의 질을 개선하고, 유산균은 난자의 품질과 면역력을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엽산은 난자의 질을 좋게 하고 임신 이후 태아의 척추이분증을 예방하는 영양소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금연이 필수다. 담배의 니코틴이 난소 기능을 떨어뜨려서다. 니코틴은 여성의 난소 기능을 늙게 만들고 난자의 분화를 방해한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되고 난자가 망가져 수정 능력이 30%가량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자궁 내 나팔관의 연동운동도 저하돼 배아의 착상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도움말=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오진규 교수,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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