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에 정자들이 도달하는 이미지.
정자가 만들어지는 곳이 고환이다. 고환은 서늘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고환은 태아의 배 속에 숨겨져 있다가 출생 후 만 3세 전에 점점 밖으로 이동하면서 음낭에 안착한다. 서늘한 곳으로 나오려는 과정이다. 고환 내 단백질은 열에 민감하므로 꽉 끼는 바지·타이즈를 입거나 하체에 과도한 열이 생기는 활동은 자제한다. 자전거를 너무 오래 타면 성기로 가는 혈관이 눌려 고환 온도가 높아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정액을 채취해 얻은 정자들.
질 좋은 정자를 만들어내려면 체질량지수(BMI)는 20~25를 유지하는 게 좋다. 몸속 지방이 많으면 호르몬을 교란해 정자 성숙을 방해할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성인 남성 1558명을 대상으로 BMI에 따른 정자의 질을 비교했더니 BMI 25 이상인 남성은 BMI 20~25인 남성보다 정자 수·밀도가 각각 21.6%, 23.9%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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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건강을 위해 챙겨 먹으면 좋은 영양소는 엽산·아연이 대표적이다. 엽산은 정자가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손상되는 것을 막고, 정자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온전한 모습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준다. 정자 수도 엽산이 좌우할 수 있다. 건강한 정자의 머리 넓이는 2.5~3.5㎛(마이크로미터, 1㎛는 0.0001㎝), 머리 길이는 5~6㎛, 중간 부분은 7.5~9㎛, 꼬리는 45㎛가량이다. 엽산이 부족하면 꼬리가 없거나 두 개인 정자, 머리가 둘인 기형 정자가 생길 수 있다. 아연은 정자가 난자를 만날 때까지 정자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한다.
난자 정자가 고환에서 평생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난자는 태어날 때부터 200만 개가량 몸속에 존재한다. 난자는 사춘기에 40만 개가량 남아있고, 이후 배란과 퇴화를 거듭하며 개수가 줄어들다가 폐경 때 약 1000개가량이 남는다. 이 1000개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난자다.
난소에 남아 있는 예비 난자 세포의 수가 줄면 여성의 가임 능력(임신할 수 있는 능력)도 감소한다. 보통 22세부터 임신 능력이 천천히 감소하다 만 35세와 만 37세, 두 차례에 걸쳐 큰 폭으로 줄어든다. 난자 냉동을 생각한다면 늦어도 만 37세 이전에 시행하는 게 좋은 이유다.
난자의 컨디션을 최상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평소 '꿀잠'을 자는 게 좋다. 숙면할 때 나오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2010년 이탈리아에선 시험관 시술 시 난자의 질이 좋지 않은 여성 6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30명)엔 마이오 이노시톨 2g과 엽산 200㎎, 멜라토닌 3㎎을 하루 두 번씩 투여하고, 다른 한 그룹(33명)엔 멜라토닌을 제외하고 나머지 2종을 하루 두 번씩 투여했다. 그랬더니 멜라토닌 투여 그룹에서만 성숙 난자의 개수, 배아의 질, 임신율이 향상됐다. 또 수면장애가 있는 난임 환자가 시험관 시술 시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난자 및 배아의 질이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난자 질과 직결된다. 김경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총 84만4663건의 출산 자료를 분석했더니 임신 전 BMI가 높을수록 자간증 및 임신중독증 빈도도 높아졌다. 자간증은 단백뇨·고혈압을 일으키는 임신중독증의 산모가 임신 기간이나 분만 전후에 전신 경련 발작을 일으키거나 의식불명에 빠지는 질환을 가리킨다.
난자 이미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금연이 필수다. 담배의 니코틴이 난소 기능을 떨어뜨려서다. 니코틴은 여성의 난소 기능을 늙게 만들고 난자의 분화를 방해한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되고 난자가 망가져 수정 능력이 30%가량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자궁 내 나팔관의 연동운동도 저하돼 배아의 착상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도움말=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오진규 교수,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