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채권자 설명회가 진행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이날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곳을 상대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해 경영진의 실책을 인정하고, 워크아웃 동의 등을 요청했다. /사진=뉴스1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더라도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는 3~4개월 동안은 채권단 자금지원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사 기간 필요한 운영자금 등은 태영건설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면 금융기관의 금융채권은 행사가 최대 4개월간 유예된다. 이 기간에 채권단은 외부전문기관을 통해 태영건설 실사에 나선다. 자산부채실사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 등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개선계획을 세운다.
이에 기업개선계획을 세우는 3~4개월간 원칙적으로 채권단의 자금지원은 없다. 태영건설은 금융채권 행사만 유예된 것일 뿐 인건비와 공사비용 등 운영비용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당장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를 갚지 못한 태영건설의 자금은 사실상 바닥이 난 상태다.
이에 채권단에서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태영그룹이 제시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등은 턱없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제대로 투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은 기업이 정상 운영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유동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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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주주의 추가 자금지원 방안이 필요한 이유는 채권단에게 태영건설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실사 기간 동안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넣으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금호산업은 워크아웃 개시 결정 후에도 자금경색을 겪으면서 임금 체불과 협력업체 결제대금 지연 등을 겪었다. 당시 채권단은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을 조건을 긴급자금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이마저도 사재 출연 결정이 늦어지면서 실제 자금지원까지 진통을 겪었다.
태영건설 채권단도 우선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이 추가돼야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다는 반응이다. 채권단 사이에서는 지난 3일 설명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태영그룹이 워크아웃 의지가 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태영그룹은 금융지주 회장을 다음 주 초 만나 워크아웃을 설득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가적인 자구안이 없으면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며 "건설사 워크아웃 신청 1호라는 점에서 뒤에 있을 수 있는 워크아웃에 선례가 될 수 있기에 쉽게 워크아웃으로 갈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