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폐기물·K뉴딜' ETN 줄줄이 퇴장… 작년 상폐 규모 '역대 최대'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2024.01.07 06:00
글자크기
'치킨·폐기물·K뉴딜' ETN 줄줄이 퇴장… 작년 상폐 규모 '역대 최대'


치킨 관련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국내 최초 치킨 ETN(상장지수증권)이 증시를 떠났다. 매해 연말이 되면 거래량이 미진한 ETN 종목들이 상장폐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엔 상폐 규모가 급증했다.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 ETN 종목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

'최초' 타이틀 달았던 ETN 줄줄이 상폐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이 발행한 '신한 에프앤가이드(FnGuide) 치킨 ETN', '신한 FnGuide 폐기물처리 ETN', '신한 FnGuide 메타버스 ETN' 등 3종목이 지난해 말 상장폐지됐다. 최종 거래일은 지난해 12월21일, 상환금액 지급일은 같은 달 28일이었다.



3종목 모두 신한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야심차게 발행·상장한 ETN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22년 11월17일 상장된 FnGuide 치킨 ETN은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거래대금 10억원 이상 등 기본 요건을 충족하는 치킨 관련 10여종목으로 구성됐다.

기초지수는 마니커 (1,114원 ▼6 -0.54%), 마니커에프앤지 (3,115원 ▲20 +0.65%), 교촌에프앤비 (8,010원 ▼50 -0.62%), 하림 (3,000원 ▼45 -1.48%), 이지홀딩스 (3,220원 ▼15 -0.46%), 푸드나무 (5,520원 0.00%),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10,790원 ▲20 +0.19%), 팜스코 (2,875원 ▼45 -1.54%), 동우팜투테이블 (2,610원 ▼10 -0.38%), 한일사료 (5,100원 ▼60 -1.16%) 등이다. '2022 피파 카타르 월드컵'에 힘입은 '치맥' 열풍의 수혜를 기대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되지 않았다.



신한 FnGuide 폐기물처리 ETN은 2022년 2월3일, 신한 FnGuide 메타버스 ETN은 2021년 8월 27일 증시에 입성했다. 이들 ETN 역시 상장 당시 화두였던 테마를 앞세워 발행된 종목이지만,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상폐를 피하지 못했다.

하나증권도 ETN 최초로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K-뉴딜 지수를 추종하는 '하나 KRX BBIG K-뉴딜 ETN'를 2021년 2월 발행했다. 이후 BBIG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다수 등장했지만, 해당 ETN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상장폐지됐다.

지난해 상폐된 ETN '73개'… 역대 최대 규모
'치킨·폐기물·K뉴딜' ETN 줄줄이 퇴장… 작년 상폐 규모 '역대 최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폐지된 ETN 종목은 총 73개다. 전년(27개) 대비 2.7배 늘어났다. ETN 시장이 열린 2014년 이후 최대 규모 상폐다. 신규 상장은 82개로 2022년 123개와 비교해 33% 줄었다.


ETN의 경우 증권사별 발행 한도가 정해져 있어, 통상 연말을 기점으로 관리 목적의 청산을 진행한다. 투자자 보유 비중이 낮고 거래량이 미진한 종목이 상폐 대상이다. 유행 테마를 바탕으로 발행한 뒤 열기가 사그라지면 상폐를 결정하는 수순이 늘고 있다. ETN이 조기 청산될 때 매입 가격에 비해 지표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자는 손실을 본다. 장기 투자 계획이 무산되기도 한다.

다만 시장 트렌드에 맞춰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별로 발행 한도가 제한적이어서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며 "비인기 상품을 빠르게 정리하고 새로운 상품을 발굴해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히도록 노력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