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겪은 바이오 시장…"먹구름 같은 상황 속에 희망이 있다"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24.01.0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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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태흠 SV 바이오벤처스 대표

정태흠 SV 바이오벤처스 대표/사진제공=SV 바이오벤처스정태흠 SV 바이오벤처스 대표/사진제공=SV 바이오벤처스


투자 혹한기를 겪는 바이오 분야에 대해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이에 대해 1세대 바이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정태흠 SV 바이오벤처스는 여전히 바이오 분야에 대해 투자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정 대표는 2000년 한국 최초의 바이오텍 펀드를 결성했으며, 바이오니아, 제넥신, 메디톡스, 바디텍메드 등 국내외 약 60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바이오산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투자자로 평가받는다. 2018년 미국 보스턴에 투자 펀드 운용사인 KSV 글로벌 이노베이션을 공동 설립하고 포트폴리오 기업인 나스닥 상장사 클린나노메디신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했다.

머니투데이는 정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2024년 바이오 투자를 전망해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이오 투자 수익률이 2023년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바이오 투자 호황 시대는 끝났다는 우려가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바이오텍 수익은 항상 시장수익을 앞섰다. 1999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24년간 미국 나스닥 바이오 지수(NBI)는 905% 상승했다. 이는 S&P 500의 289%, 나스닥 전체 수익의 588% 등을 압도한다. NBI 지수가 산출되기 시작한 1993년부터 계산하면 2098% 상승해 연간 평균 수익 10%를 상회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닷컴버블 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지수의 변동이 미미한 불황기도 있었지만 2010년 이후 최근까지 13년간 바이오 주식은 400% 상승했다.

앞으로 이러한 역사적 추세가 계속될 수 있는 근거는 바이오 주식들이 헬스케어의 중요성이나 신약의 기대 효능 등으로 과거에 비해 매크로 외부 변수들에 덜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 안티센스, mRNA, 세포치료제, 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통한 신약개발의 황금기를 구축한 것도 이유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은 2010년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가 2010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게 됐다는 네이처 논문이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물론 과거의 성과가 무조건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월등히 개선된 바이오텍 투자 환경으로 인해 이러한 긍정적인 기조가 반복·지속되리라 예측해 볼수 있다.

-바이오 회사들의 주가가 2021년 초 고점 대비 대폭 하락해 있다. 투자자들도 움츠려 있는데 지금 바이오에 투자해도 되나?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회사 가치가 매력적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보유 현금보다 적은 마이너스 기업가치(negative enterprise value)의 나스닥 상장 바이오텍 회사들이 200개를 넘어섰고, 전체 미국 바이오 섹터 시가총액이 2021년 2월 대비 2023년 70% 이상 하락했다. 올해 S&P 지수가 20% 성장할 때 SPDR S&P 바이오텍 ETF(XBI) 지수는 20% 하락할 정도로 바이오 주식 시장 상황은 상승 여력을 잃고 있고,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11월 열린 제프리스 런던 헬스케어 퍼런스(Jefferies London Healthcare Conference)에서 바이오텍 낙관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유럽 유명 벤처캐피털로 3조 원 펀드를 운영 중인 소피노바 파트너스의 안톤 파피르닉 회장은 최근 결성된 네덜란드 1조 원 펀드인 길드 헬스케어의 예를 들며 자금 유동성 및 투자 활성화가 시작됐다는 희망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과거 다운사이클을 살펴보면 특허만료 등으로 제약산업 전반에 비관적 전망이 극에 달하던 2002년 후 10년간 바이오텍 주식은 3배 상승했으며, 또한 메디케어 제도 개혁 등으로 30% 이상 바이오가 폭락했던 2016년 이후에 5년간 바이오텍 주식은 3배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말 XBI 지수는 87선(최고는 2021년 1월 말 166)으로 2015년으로 회귀한 수준으로 현재 바이오텍의 회사 가치가 투자하기에 매우 매력적인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과도한 비관적 전망이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루즈벨트의 명언처럼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자체다.

-바이오 회사의 주식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4년 현재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나?
▶산업적 관점에서 빅파마가 바이오텍을 M&A(인수합병) 해야만 한다.

5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상위 15개 빅파마 중 현재 6개만 독립회사로 생존하고 나머지는 흡수합병될 정도로 제약산업은 역동적인 산업이다. 올해 특허만료된 휴미라, 2028년 특허가 끝나는 머크의 키트루다 등 블록버스터 신약의 특허만료 금액이 2023~2028년 총 5년간 1820억 달로 전년도 로슈의 전체 매출액의 세배가 넘는다.

반면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빅파마 자체 R&D(연구개발) 수익은 2022년 0.6%에 불과하다. 네이처 리뷰 디스커버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총 138개의 신약의 원천을 비교할 때, 빅파마 내부 28%, 외부 M&A와 라이선스는 65%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심지어 같은 기간 J&J, 사노피 등 몇몇 제약사는 내부에서 개발된 신약은 하나도 없다.

특허만료로 인한 매출 타격을 보강하기 위하여 연초 화이자를 필두로, 12월 말 BMS까지 거의 모든 빅파마들이 조 단위의 M&A를 주력하고 있다. 또 소규모 비상장 스타트업도 대상으로 올해 아스트라제네카는 T셀 항암제 회사인 네오젠을 3억 2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길리어드도 항암·호흡기 신약 개발사 신테라를 인수했다.

딜포마에 따르면 M&A 규모 500억 달러 이하 대상으로 한정할 때 2023년 빅파마와 바이오텍의 인수합병은 역사상 최대인 1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투자은행 스티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는 J&J, 노바티스, 사노피, BMS 등이 매우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IQVIA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이 총 346개의 라이선스 아웃딜을 성사시키며 미국 380개를 바짝 뒤쫓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아직까지 대규모 M&A 사례는 없었지만 최근 빅파마의 절박함이 한국 바이오텍 회사들의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앞서 설명한 이유들 외에도 바이오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고 고령화로 의료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최근 금리나 인플레이션 등 매크로 변수가 호전되고 있다는 점들도 바이오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투자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먼 미래의 공허한 장밋빛 전망보다는 거창하지 않더라도 확실하게 달성 가능한 향후 12~18개월의 마일스톤을 수치와 데이터로 제시해 확신을 줘야 한다.

회사 가치의 하락을 걱정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종종 보는데, 지금은 생존이 최우선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시리즈A 투자의 경우, 2023년 전년 대비 회사 가치와 투자금액이 50% 이상 하락 감소했다. 따라서 지난 라운드 회사 가치를 그대로 인정받는 것이 실질적 가치상승이라는 현 추세를 고려할 때 스타드업들은 브릿지 라운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현금보유량을 늘려서 회사의 운영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SVB 분석에 따르면 올해 기존 투자자로 구성된 투자 라운드가 전년도 대비 2배 상승(전체 비중의 60%) 한 것으로 나타나 신규 투자자 유치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데 결론적으로 기존 투자자로 브릿지 라운드를 고려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으로 판단된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당분간은 IPO(기업공개)보다는 라이선스 아웃이나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적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여야 한다. 최근 얀센의 레고켐과의 2조 원대 라이선스, 일라이 릴리의 프랑스 리옹 소재 ADC회사 마블링크 바이오사이언스 인수, GSK의 중국 한소파마와 2조 원대 라이선스 계약을 한 것처럼 다국적 제약사는 지역적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는 아직도 미국 지역만을 선호하는 투자은행과 글로벌 투자 펀드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초기 개발 단계라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전임상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오름이 BMS와 1억 달러 선급금 지급 거래를 성사시킨 것은 다국적 제약사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후 현재 BMS의 약점 및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전략적으로 성공을 거둔 좋은 예이다.

이러한 M&A가 바이오 생태계에 선순환을 만들어 주는데, 이는 피인수 기업의 주주인 재무적 투자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바이오텍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완료된 대규모 M&A 딜을 통해 베이커브러더스 (100억 달러), 블랙락(40억 4000만 달러), 티로프라이스(10억 4000만 달러), 알티더블유(RTW) (9억 3000만 달러), 퍼셉티브 (7억 5100만 달러) 등이 추가로 드라이파우더를 장전해 투자에 긍정적인 모멘텀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바이오 투자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많은 기관과 개인들이 바이오 주식 호황기에 바이오 사업부를 신설하고 투자를 늘리는 반면, 하락기에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바이오 사업부를 폐쇄하는 역효율의 반대 사이클을 타는 것을 수차례 목격했다.

25년 이상 바이오 투자 업계에서 시장을 보며 느낀 점 두 가지는 환경적 측면에서 항상 사이클이 있다는 것과 투자에서 회수까지 전과정을 총체적 관점과 장기적 투자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 버셔해서웨이 회장은 "사람들이 공포에 빠져 있을 때일수록 탐욕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08년 금융위기 때 과감한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개인적으로 예상할 때 매크로 변수 및 위축된 IPO와 급감한 투자로 인해 초래된 현재 한국과 미국의 바이오텍 위기 상황이 어떤 부분에서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들을 바탕으로 볼 때 지금의 어려움은 하나의 큰 조정(correction) 장세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먹구름 같은 어떤 절망적 상황도 그 안에 희망을 안고 있다는 말처럼 큰 그림에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바이오텍 산업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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