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너지원은 '소형모듈원전'…"난방부터 우주까지 활용"

2030년 상용화시 기대되는 소형모듈원전(SMR)의 다양한 활용도. /사진제공=삼정KPMG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이 발전, 수소, 지역난방, 우주 등 다양한 활용 분야에 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정KPMG가 5일 한국원자력협력재단과 공동으로 '미래 에너지 시장의 올라운더(All-rounder)를 꿈꾸는 SMR'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SMR은 기존 원전 대비 적은 용량(300MW 이하)의 중소형·모듈형 원자로를 통칭한다.

SMR은 주요 배관의 용접 등 현장에서의 작업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건설 공기가 짧아지며, 초기 건설 비용 절감과 더불어 민간 주도의 사업이 용이하다. 또 피동형·일체형 안전설계로 사고 리스크를 크게 줄였으며 안전성이 높아 수요지 인근에 건설이 가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반절 이상이 SMR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오션(전 전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에서 해상 SMR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은 2040년까지 3000억달러(약 393조 8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약 80여종의 SMR이 개발 중이며 기술 표준은 부재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SMR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가장 먼저 원자력 발전 부문을 꼽았다. SMR은 대형 원전과 다르게 전력의 수급 변동에 따라 발전량 조정이 가능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간헐성을 보조하며 분산전원의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 또 대형 전기 트럭 충전 등 전기차(EV) 충전소에서의 활용성도 주목받는다. 발전 부문에 활용될 SMR 예상 수요는 2050년까지 72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부문도 주목받는 활용 분야다. 원자력 수소 생산 시 부산물이 산소(O2)뿐이라 천연가스로 만든 수소보다 친환경적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연간 2790만 톤의 청정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300만 톤은 그린수소로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수소 가격이 1800원/㎏ 수준이 돼야 경제성이 확보될 전망이라 2500원/㎏ 로 예상되는 그린수소는 여전히 비싸다. 보고서는 저탄소 발전원 중 가장 저렴한 원자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SMR이 활발하게 활용될 다른 분야는 지역난방과 공정 열, 담수 생산 부문이다. SMR의 뜨거운 열로 난방을 공급하고, 공장을 돌리며,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할 수 있다. SMR을 열 수요지 인근에 건설하면 핵분열로 발생한 막대한 열에너지를 고온의 대용량 열이 필요한 곳에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는 화석연료 외의 고온 열 생산수단이 마땅치 않은 산업계의 넷제로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주 산업 분야도 활용처로 제시했다. 우주개발 선도국이 핵 추진 로켓과 핵 추진 우주선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원자력이 우주 탐사에 있어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서다. 수소, 메탄 등과 산화제의 화학 반응으로 추진력을 얻었던 기존의 화학 엔진과는 달리 핵분열 반응 시 발생하는 열로 추진체를 가열해 분사하며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엔진은 기존의 화학 엔진과 달리 추진체를 연소시키지 않아 별도의 산화제가 필요 없고 추진체의 성능을 나타내는 비추력이 화학 엔진보다 2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또 SMR은 우주로 쏘아지는 또 다른 발사체인 인공위성이나 우주기지의 동력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강정구 삼정KPMG 부대표는 "신재생에너지원의 간헐성을 보상할 수 있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SMR이 넷제로를 위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한국 정부와 국내기업들이 이러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확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