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진정성 없는 구조조정 자구안을 내놓은 태영그룹을 향해 강도 높은 수위로 압박했다. 채권단 의견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그룹 지분을 자구안으로 내놓으라고 했다. 주요 계열사인 SBS 지분은 물론 사재 출연도 언급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진 자구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태영그룹은 더 센 자구안을 요구받고 있다.
태영건설 자구안 중에서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주회사인 TY홀딩스 지분 카드를 공식 거론한 것은 이 원장 입에서 처음이다. "방송법상 SBS의 매각이나 지분담보가 법률적으로 어렵다"는 태영측의 해명에 이 원장은 채권단의 의견을 빌어 "핑계"라고 압박했다.
이 원장은 "태영 입장에서 보면 TY홀딩스의 재무상태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니 어려운 거 아니냐 하는데, 채권자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인정한 금액만 2조5000억원 우발 채무가 있으면 그 우발채무를 사실상 거의 오너일가가 부담 안하거나 극히 일부만 부담하고 있어 상당부분 모자라다고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태영 측이 방송법을 이유로 SBS 매각이나 지분담보가 어렵다고 해명한 부분에 "본인들이 방송법상 제약을 핑계로 추가 담보 안된다고 한다. 법률가 측면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채권단입장에서는 그게 굳이 '핑계와 명분'이라면 홀딩스 지분은 상장법인이고 여러 가지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들이 갖고 있으니 그걸 활용하는 방법이 있지 않냐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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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당국 시각 말씀드리지만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는 뭔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채권단 의견을 빌어 오너 일가의 지분 담보 제공 필요성을 피력한 만큼 태영 측의 압박은 거셀 전망이다. SBS 지키려다 그룹 지분을 내놓고 자칫하면 경영권 위협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이 원장은 오너 일가에 비판의 강도도 높였다.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을 구할 생각은 안하고 TY홀딩스 지키기에 몰두했다는 시각에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 자구계획 아닌가 채권단이 의심한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관점에서 1조원 넘게 이익을 벌었고 상당부분 총수일가 재산에 기여한 바 있다.", "채권단 입장에선 자기 뼈가 아니고 남의 뼈만 깎는 노력", "회삿돈만 쓰고 대주주일가가 개인명의 자금을 따로 파킹한게 아닌가"라며 높은 수위의 발언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