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오너일가, 그룹 지분 내놓으라"…사실상 최후통첩한 이복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4.01.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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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그룹 지분 33.7%로 담보제공 필요성 첫 언급…SBS 지키려다 그룹지분 자구안으로 내몰린 태영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SBS가 아니라 TY홀딩스도 상장법인인데다가 상장지분을 오너일가가 갖고 있으니 지분을 활용한 현실성 있는 유동성 지원책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진정성 없는 구조조정 자구안을 내놓은 태영그룹을 향해 강도 높은 수위로 압박했다. 채권단 의견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그룹 지분을 자구안으로 내놓으라고 했다. 주요 계열사인 SBS 지분은 물론 사재 출연도 언급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진 자구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태영그룹은 더 센 자구안을 요구받고 있다.



이 원장 "상장법인 TY홀딩스, 오너 갖고 있으니 활용하면 좋은 방법"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기자단 신년간담회를 열고 태영건설 구조조정 자구안과 관련 "태영그룹이 주요 자산인 SBS 지분매각이나 담보제공과 관련해 방송법상 여러 제약을 언급했다"며 "법률 관련해서 수긍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채권단들이 오너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자구안 중에서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주회사인 TY홀딩스 지분 카드를 공식 거론한 것은 이 원장 입에서 처음이다. "방송법상 SBS의 매각이나 지분담보가 법률적으로 어렵다"는 태영측의 해명에 이 원장은 채권단의 의견을 빌어 "핑계"라고 압박했다.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지분 27.8%, SBS 지분 36.9%를 보유한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이다. 오너 일가는 TY홀딩스 33.7%를 보유해 태영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할때 오너가 보유한 그룹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금호산업 구조조정 당시에도 박삼구 회장이 그룹 지분을 내놓고 경영권 포기 각서도 썼다. 오너 일가가 '꼬리 자르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 수준의 자구안이다.

이 원장은 "태영 입장에서 보면 TY홀딩스의 재무상태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니 어려운 거 아니냐 하는데, 채권자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인정한 금액만 2조5000억원 우발 채무가 있으면 그 우발채무를 사실상 거의 오너일가가 부담 안하거나 극히 일부만 부담하고 있어 상당부분 모자라다고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태영 측이 방송법을 이유로 SBS 매각이나 지분담보가 어렵다고 해명한 부분에 "본인들이 방송법상 제약을 핑계로 추가 담보 안된다고 한다. 법률가 측면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채권단입장에서는 그게 굳이 '핑계와 명분'이라면 홀딩스 지분은 상장법인이고 여러 가지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들이 갖고 있으니 그걸 활용하는 방법이 있지 않냐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 시각 말씀드리지만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는 뭔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태영 오너일가, 그룹 지분 내놓으라"…사실상 최후통첩한 이복현
"자기뼈 아닌 남의 뼈만 깎아" "대주주일가 개인명의 자금 따로 파킹한거 아닌가" 강도 높은 비판
태영그룹은 전날 이미 오너 일가 보유 TY홀딩스 지분 담보 가능성에 일축한 바 있다. 양윤석 TY홀딩스 전무는 "채권단 요구도 없었고 생각도 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TY홀딩스의 시가총액은 2500억원인데 오너가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도 500억~600억원에 그친다"며 "담보권이 시행되면 TY홀딩스 그룹 소유권도 바뀔 수 있어 정세가 완전히 달라진다. 기업을 살리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원장이 채권단 의견을 빌어 오너 일가의 지분 담보 제공 필요성을 피력한 만큼 태영 측의 압박은 거셀 전망이다. SBS 지키려다 그룹 지분을 내놓고 자칫하면 경영권 위협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이 원장은 오너 일가에 비판의 강도도 높였다.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을 구할 생각은 안하고 TY홀딩스 지키기에 몰두했다는 시각에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 자구계획 아닌가 채권단이 의심한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관점에서 1조원 넘게 이익을 벌었고 상당부분 총수일가 재산에 기여한 바 있다.", "채권단 입장에선 자기 뼈가 아니고 남의 뼈만 깎는 노력", "회삿돈만 쓰고 대주주일가가 개인명의 자금을 따로 파킹한게 아닌가"라며 높은 수위의 발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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