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 막 내린다...한앤코 최대주주로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유예림 기자 2024.01.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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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회장 퇴진 수순...전문 경영인 체제로 새출발 기대감

2021년 5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허위 광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2021년 5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허위 광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남양유업 (509,000원 ▲9,000 +1.80%)이 창사 후 60년 간 지속한 '오너 경영' 체제의 막을 내린다. 창업주 홍두영 전 명예회장이 1964년 설립해 국내 3대 유업체로 일궈낸 기업이 최대주주 교체로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다.

대법원은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 간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매매계약은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한앤코의 손을 들어준 1, 2심 판결이 정당하다는 의미다.



이로써 2021년 9월부터 시작된 양측의 주식양도 소송전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은 2021년 5월 29일 한앤코와 체결한 주식양도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홍 회장은 당시 본인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38만2146주)를 한앤코에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바 있다.

양측의 주식매매계약이 효력을 발휘하면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가 되고, 홍 회장은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앞서 홍 회장은 주식 매각 후에도 남양유업 고문직을 수행하고, 부인이 운영하는 외식사업 브랜드(백미당) 경영권을 보장하는 잠정 합의안을 주장했으나 1,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홍 회장이 지난 5월 상고 이유서에서 주장한 '쌍방대리 위법성'은 일부 인정했지만, 기존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홍 회장은 주식양도 계약에서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주식매매계약 이행 소송에서는 상대방인 한앤코를 변호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 막 내린다...한앤코 최대주주로
남양유업 최대주주가 된 한앤코는 전문 경영인을 신임 대표로 발탁해 경영 효율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목적인 사모펀드 특성상 회사 인수 이후 무리한 구조조정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남양유업이 보유한 본사와 생산시설 등 수 천억원대 부동산 자산과 현금 창출력 등을 고려할 때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보다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오너 리스크' 회복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으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고, 2019년부터 창업주 외손주인 황하나씨 마약 스캔들이 이어져 오너 리스크가 상존해 왔다. 한앤코에 주식을 매각하게 된 계기였던 불가리스 과장 광고 논란도 오너 일가의 오판에서 비롯됐다.

업계에선 남양유업의 새로운 경영 체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한 대형 유업체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분유 시장에서 장기간 1위를 차지했고 다양한 스테디셀러를 보유한 만큼 경영 리스크가 해소되면 침체한 회사 분위기가 바뀌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유업체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수 년간 적자였으나 전통적인 안전 경영 기조로 부채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미지를 쇄신하면 충분히 재기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했다.


한편 남양유업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홍 회장은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줄 위기에 놓였다. 한앤코는 홍 회장의 계약 미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홍 회장이 한앤코 대신 인수 협의를 진행해 320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한 대유위니아그룹과의 소송전도 진행 중이다. 최근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제안으로 선임한 남양유업 감사는 홍 회장과 일가 경영진 퇴직금으로 책정한 170억원 지급에 제동을 걸었고, 홍 회장 재임 기간 남양유업이 부담한 과징금과 벌금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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