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워" 긁다 못해 후벼 판다…손댈수록 악화하는 '이 질환' 뭐길래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1.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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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결절성 소양증 환자의 피부 상태./사진=인천성모병원결절성 소양증 환자의 피부 상태./사진=인천성모병원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토피 피부염부터 스트레스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증상이 심해 "가려운 질환의 최고봉"이라는 별칭이 붙는 병이 '결절성 소양증'이다. 환자 중에는 피부를 긁는 수준을 넘어 후벼 파낼 정도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결절성 소양증은 가벼운 접촉이나 온도 변화와 같은 사소한 자극에도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며 "무심코 손을 댈수록 더 악화하는 만큼 병에 대해 인지하고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절성 소양증은 심한 가려움이 동반된 다수의 결절, 즉 단단한 덩어리가 특징인 만성 질환이다. 수㎜~2㎝ 정도 붉은색이나 갈색 덩어리가 팔다리, 등 위쪽, 엉덩이에 나타나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원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해 빈혈, 간질환, 갑상선질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임신, 신부전, 정신적인 스트레스, 곤충교상 등이 먼저 나타난 후 뒤따라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결절성 소양증의 국내 유병률(병을 앓는 환자 비율)은 연간 피부과 외래환자 1000명당 4.82명으로 추정된다. 의료 보험이 있는 18~64세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에서 유병률이 10만 명당 72명으로 제시된 바 있다.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경우 평균 20세, 없는 경우에는 평균 50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편차가 있다.

결절성 소양증이 의심될 땐 앓고 있는 병은 없는지, 먹는 약은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진단 시 곰팡이 도말 검사(KOH), 옴 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피부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김혜성 교수는 "결절성 소양증 환자들은 불안, 우울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개입이 필요하다"며 "강박증이나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당뇨, 갑상선질환, 빈혈, 고형암이나 혈액암이 동반된 경우도 종종 확인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이나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결절성 소양증은 피부를 긁으면 결절이 더 커지고 가려움이 악화하는 특징이 있어 초기에 가려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 조절에 많이 사용되는 약이지만 결절성 소양증의 극심한 가려움을 조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결절성 소양증 환자들은 그동안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 조절제, 신경전달 체계를 조절하는 가바펜틴이나 아미트립틸린 등을 많이 복용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인 듀필루맙(Dupilumab)과 여러 염증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아누스키나제(JAK) 억제제가 개발돼 결절성 소양증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듀필루맙은 2023년 12월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18세 이상의 중등도-중증 결절성 소양증 환자 치료제로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결절성 소양증이 발생하면 가급적 피부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피부를 차갑게 하는 '쿨링 효과'를 위해 가려움을 완화하는 도포제(바르는 약)를 같이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실내 온도도 다소 낮게 유지하고 면 소재의 옷을 입어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사우나, 때 밀기는 자제하고 가벼운 샤워 후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줘야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술, 담배, 뜨거운 음료나 매운 음식은 가려움을 악화시킬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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