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공자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 했다. ‘경청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으라’는 가르침인데 훌륭한 리더라면 말을 많이 하기보다 들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나아가 리더는 듣고 나서 판단, 결정까지 해야 한다. 오판과 잘못된 결정의 결과 역시 최종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리더의 자리가 고독한 이유다.
명청 교체기 국익을 위해 중립외교를 펼쳤던 광종(광해군)을 무력으로 몰아내고 집권한 인조는 주화파와 척화파 사이에서 오판을 거듭하다 병자호란을 불러 본인의 삼전도 치욕은 물론 국토 유린과 함께 수십만 백성이 죽거나 포로로 끌려갔다. 리더의 무능이나 오판은 리더 한 사람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음을 역사는 백만 번 넘게 증명하고 또 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만약 독일이 우리를 먼저 공격하는 호의를 베푼다면 나는 그들에게 기꺼이 10억 프랑을 줄 것이오”라며 호언장담했던 이는 프랑스군 총사령관 가믈랭이었다. 그만큼 군사력과 전쟁 대비에서 독일에 뒤지지 않았던 프랑스였지만 막상 독일군이 침공하자 우왕좌왕 개전 5일 만에 무너졌다.
결론적으로 자타공인 프랑스의 기록적 참패는 독일군의 기민한 작전이나 난공불락을 자랑했던 마지노 요새의 부실보다 군 수뇌부의 전략적 모호함과 ‘백전노장 가믈랭’의 우유부단한 지휘의 합작품이었다. 가믈랭은 ‘진짜 두려운 쪽은 유능한 적이 아니라 무능한 아군’이라고 했던 나폴레옹의 격언을 몸소 증명한, 히틀러의 X맨(숨은 조력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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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아시아에서는 마찬가지로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중국과 동남아의 승승장구에 힘입어 진주만을 기습,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다. 바다에서 일본군 패망의 분수령이 미드웨이 해전이었다면 육지에서는 과달카날 전투와 인도 동부의 영국군 군사 요충지 임팔(Imphal) 공략 전투였다. 임팔 전투의 참패 원인은 “버마는 온통 풀이다.
군량 보급이 없으면 풀 먹으면 된다”고 외쳤던 명장(?) 무다구치 렌야 장군의 무모한 작전 지시였다. 이때부터 소위 ‘똥별’이라는 단어가 생겼는데 장군 한 명의 무능과 교만이 어떻게 10만 병사를 사지로 몰아넣는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였다. 마지막 12장은 ‘내 군단은 어디로 갔나?’라는 제목을 단 6.25 전쟁 발발 직후의 현리 전투 이야기다.
▲『별들의 흑역사』 /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