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재핑족'(zapping+族) 대신 '태핑족'(tapping+族) 모시기에 나섰다.
조성호 공영홈쇼핑 대표이사가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조성호 공영홈쇼핑 대표 역시 신년사를 통해 "탈TV 가속으로 디지털 판로를 확대하고 콘텐츠 커머스를 주력 사업 삼아 사업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소비자 중심 경영으로 국민신뢰 제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어려워진 TV홈쇼핑 업황을 타개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모바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탈TV 2.0'인 셈이다.
GS샵은 이같은 시도의 일환으로 최근 숏폼 콘텐츠 서비스인 '숏픽(Short Picks)'을 오픈했다. 숏픽은 GS샵이 보유한 TV홈쇼핑·데이터 홈쇼핑·라이브 커머스 채널에서 송출된 상품 판매 영상을 1분 내외로 편집해 보여주는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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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뷰티, 식품 등 주목도가 높은 상품군 중심으로 약 1000개 콘텐츠를 큐레이션(Curation)해 앱 첫 화면인 홈 탭에서 보여준다.
그동안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 시작 전후에 채널을 돌리는 이른바 '재핑족' 대신 모바일 콘텐츠를 찾아 다니는 '태핑족'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예능형 콘텐츠와 상품판매를 결합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콘텐츠커머스'와 온라인 상에서 실시간 소통을 기반으로한 '라이브 커머스'는 이미 모든 홈쇼핑 업계가 시도할 정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매출을 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미디어 '시청패턴'을 통한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의 역설...전성기가 가속화한 TV홈쇼핑의 쇠락
GS샵이 선보인 숏폼 플랫폼 '숏픽'./사진제공=GS리테일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TV, PC로 주문하던 고객을 모바일로 이동시켜 왔지만 단순히 고객의 주문을 모바일로 이동시키는 것 만으로는 홈쇼핑 산업의 쇠락을 막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홈쇼핑 업계는 반등의 기회를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식사는 물론 쇼핑까지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홈쇼핑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의 유행은 홈쇼핑 업계의 중흥기를 가져온 동시에 홈쇼핑 업계의 수명을 단축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홈쇼핑의 주요 고객층인 5060세대를 온라인 쇼핑몰에 빼앗기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소비자들은 홈쇼핑 이외에 다양한 쇼핑채널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5060세대도 쿠팡과 같은 e커머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모바일 사용법에 익숙치 않았던 중장년층은 코로나를 계기로 e커머스 이용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상품과 가격의 다양성은 물론 배송 편의성까지 갖춘 e커머스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동안 홈쇼핑을 이용하던 중장년세대가 쿠팡 사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상품과 가격의 다양성은 물론 배송 편의성까지 갖춘 e커머스에 홈쇼핑의 주고객층을 빼앗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19가 끝나자 곧장 실적으로 반영됐다. GS샵·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 국내 주요 홈쇼핑사의 매출은 급감했다.
TV시청자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2013년 이후 줄곧 오른 유료방송 홈쇼핑 송출수수료도 홈쇼핑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사의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18년 46.1%(1조4304억 원)에서 2022년 65.7%(1조9065억 원)로 5년 새 19.6%포인트 늘었다.
홈쇼핑 업계가 다시한번 새해 신년화두로 '탈TV'를 내세운 이유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더이상 TV홈쇼핑에만 의존해서는 성장의 한계를 넘어 생존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