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취직했다" 주위 부러움 한몸에…'핫플' 카페에 뜬 '오팔청춘'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유효송 기자 2024.01.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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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OPAL·Older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가 온다] 제2의 인생 2-③

편집자주 1958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무려 100만 명.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의학에서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만 65세'에 지난해 대거 합류했다. 숨 쉬는 모든 순간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58년생 개띠들은 사회에서 은퇴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첫 세대로 꼽힌다. 나보다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웰니스(Wellness)'다. 의료계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길어진 평균수명과 이들의 건강관리 수요를 반영해 치료법마저 바꾸고 있다.

카페서울숲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오윤철씨 /사진=정현수 기자카페서울숲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오윤철씨 /사진=정현수 기자


서울 도심 내 대표 명소로 자리잡은 서울숲 초입에는 116개의 컨테이너로 둘러싸인 문화복합공간이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라는 간판을 내건 이 장소는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핫플레이스)'이다. '카페서울숲'도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영업 중이다. 파란색 건물과 감각적인 인테리어 등 누가 봐도 멋진 카페지만 눈길을 잡아끄는 건 다른데 있다. '실버 바리스타'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8일 카페서울숲에서 만난 오윤철씨는 검은색 상의에 옅은 갈색 앞치마를 입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는 베이비부머를 상징하는 1958년생이다. 여느 동년배처럼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지만, 그에게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실제로 오씨는 카페서울숲에서 커피를 내리며 '실버 바리스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바리스타로서 삶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는 30대에 극장을 운영했고, 40대에 접어들어선 남성복 가게를 했다. 건물 임대업으로 인생의 항로를 바꾼 50대가 되자 고민이 시작됐다. 오씨는 "50대가 되면서 10년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됐다"며 "많은 돈을 모은 것도 아니어서 여생을 어떻게 재미있고 보람있게 살 수 있을지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 광고를 접했다. 한 대학에서 평생교육으로 바리스타 과정을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커피를 즐기던 차에 관심이 쏠렸다. 8주간의 교육을 받고 의욕이 더 생겼다. 58세가 된 시점이었다. 1년 6개월 동안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땄다. 노력 끝에 그의 손에는 바리스타 관련 자격증 6개가 쥐어졌다.



자신이 생기자 카페 창업의 꿈을 꿨다. 경험을 쌓기 위해 60대 초반에 개인 카페에서 8개월 정도 일했다. 카페 운영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 시기였다. 대규모 감염병(코로나19)까지 발생하자 창업은 접었지만 바리스타의 꿈은 놓지 않았다. 카페에서 근무하기 위해 약 50곳에 원서를 냈다. 받아주는데가 없었다. 나이가 많다고 했다.

카페서울숲의 외관 모습 /사진=정현수 기자카페서울숲의 외관 모습 /사진=정현수 기자
실망감이 커지던 무렵,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게 됐다. '실버 바리스타'도 그 중 하나다. 오씨도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3곳의 카페에서 근무했다. 30만원이 채 되지 않은 수입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카페서울숲으로 인연이 이어졌다. 30명이 지원한 곳에 원서를 냈고, 최종 2명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카페서울숲의 '실버 바리스타'는 일반적인 노인일자리 사업과 달랐다. 급여도 약 70만원으로 다른 곳보다 많았다. 서울 성동구청에서 출자한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가 관리하는 업장이라 가능했다. 성동미래일자리는 총 4곳의 카페를 운영한다. 이들 가게에서 근무하는 60대 이상 근로자는 총 10명이다. 경쟁률만 최소 5대1에 이를 정도로 유망한 노인일자리로 꼽히는 자리다.


성동미래일자리는 카페서울숲 외에도 서울숲분식, 용비쉼터, 사근동 작은목욕탕 등에서 현재 10명의 노인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보건복지부의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도 성동미래일자리의 사업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오씨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14시간씩 카페서울숲에서 근무한다. 근속기간은 1년2개월이다. 69세까지 근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그는 "취직했다고 하니 주위에서 부러워하고 좋아한다"며 "일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힘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어르신들에게 안정적인 전문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해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복지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아가 지역사회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서도 다양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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