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m 다리 밑에 사람 던졌는데…"살인미수 무죄" 왜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2023.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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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서원보도교 조감도./사진=관악구청서원보도교 조감도./사진=관악구청


개천변 다리 밑에 그물망이 설치된 사실을 알고 그곳으로 사람을 떨어뜨렸다면 살인미수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 배달원 A씨에게 지난 21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올해 7월15일 아침 8시24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도림천 서원보도교(사진) 위에서 동료 배달원 B씨의 허리춤을 잡아 몸통을 들어올린 뒤 다리 난간 아래 설치된 비둘기 접근방지용 그물망에 떨어뜨렸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B씨와 밤새 술을 마신 뒤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하다가 "너 죽여버린다"고 말하면서 B씨의 허리춤을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도교의 높이는 4.7미터였다.

검찰은 "살해하려고 했지만 B씨가 그물망에 걸려 추락을 피한 탓에 범행이 미수에 그친 것"이라고 봤지만 A씨는 체포 당시 "그물망이 있는 걸 알고 있어서 피해자가 죽진 않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신림동에 사는 배달원인 점, B씨도 배달을 다니면서 그물망을 본 적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점에 비춰 A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현장에서 확보된 CCTV 영상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들어올려 그물망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일 뿐 B씨의 몸을 하천이나 하천변으로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는 그물망에 떨어진 B씨가 보도교로 올라오지 못하게 막았을 뿐 그물망 바깥으로 떨어뜨리려고 하지 않았다"며 "살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자의 행동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씨가 그물망이 없는 지점에 떨어지거나 그물망에서 튕겨져 나가거나 그물망이 찢어져 B씨가 추락했을 위험성이 없진 않다"면서도 "현실화되지 않은 가정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지난 27일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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