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의 인상파, 삶의 생동을 포착하다[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3.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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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런던 영국왕립미술원 전시회를 압도하고 있는 인상파 작품들을 소개한 파이낸셜타임스의 11월 23일 기사를 일부 소개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페데리코 잔도메네기, <뒤에서 본 여인 습작>,  1890-97. 판지 위에 파스텔, 48 x 38 cm. Galleria D'Arte Moderna, Milan. / Photo: (C) Comune di Milano - All Rights Reserved페데리코 잔도메네기, <뒤에서 본 여인 습작>, 1890-97. 판지 위에 파스텔, 48 x 38 cm. Galleria D'Arte Moderna, Milan. / Photo: (C) Comune di Milano - All Rights Reserved


영국 왕립미술원의 흥미로운 새 전시 '종이 위의 인상파 화가들'에서 19세기의 수도 파리가 우리에게 다채롭고 직접적이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네는 비오는 어느 날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연필과 잉크 붓을 날세워 쓱쓱 연속된 선으로 오가는 우산들과 흔들리는 마차들을 <빗속의 모스니에 거리>(1878)에 담아낸다.



르느와르는 풍성한 검은 망사 장식을 두르고 지나가는 한 여인을 파스텔로 그린다. 여인은 힐끗 곁눈질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몽마르트르 윤락가에 있는 툴루즈 로트렉 <두 친구>(1895)에서 레즈비언 커플의 부드러운 윤곽선을 채찍을 휘두르듯 빠르고 단절 없는 선과 연한 구아슈 물감으로 그린다.



녹음이 우거진 파리의 한쪽, 베르트 모리조는 <불로뉴 숲의 말과 마차>(1883년 이후)를 공기처럼 가볍고 능숙하게 수채화로 그려낸다. 작가의 우아함은 거의 무심에 가깝다. 전시 자체가 마치 흩뿌려진 진주를 보는 것 같다. 여기저기 흩어진 점, 선, 번진 자국, 소용돌이 모양들은 스치듯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며, 작가들이 이런 새로운 표현 방식을 맘껏 즐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뿌려진 진주들을 아울러 엮는 끈이 부재한 듯 전시가 하나로 응집되지 않고, 작품의 수준도 고르지 않다.

관람객들을 즐겁게 하는 또 다른 작품 중에는 느슨하면서도 유쾌한, 구름 가득한 파스텔 풍경화들도 있다.


아르망 기요맹의 <하늘 습작>(1869), 외젠 부댕의 불타는 듯한 <바다 위의 일몰> (1860-70경), 수채화지만 파리한 겨울빛 아래 얕게 눈 덮인 에라니 근교 전원을 그린 피사로의 <흰 서리>(1890)가 있다.

반 고흐가 수채 물감과 초크로 그린 <집들이 있는 파리의 요새>(1887)는 밝고 단순화된 여름 도시풍경으로, 평면적이고 대담한 일본 판화 구도의 영향을 보여준다.

<길가의 엉겅퀴> (1888)는 고흐의 리드미컬하고 빠른 갈대 펜 드로잉 능력을―갈대 펜은 빨리 건조되기에 속도와 결단력을 요한다―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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