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시작된다…올해 상업용 부동산 유망 투자처는 어디?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4.01.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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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부동산 투자시장 전문가 인터뷰]
-신동헌 KB자산운용 부동산운용본부장, 유명한 마스턴투자운용 R&S실장, 최자령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장

지난해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휘청였다. 주택뿐 아니라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거래가 반토막이 났다. 최근 머니투데이가 만난 부동산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올해도 부동산 시장이 다소 어두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상업용 오피스, 호텔 등 우량 자산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견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올해는 투자자들이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한 자산을 선별하는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금리인하 시작된다…올해 상업용 부동산 유망 투자처는 어디?


"상업용 오피스 시장, 양극화 심해진다"…이유는?
국내 상업용 오피스 시장은 지난해 부침을 겪었다. 고금리 기조로 국내 큰손 투자자들이 부동산 관련 자금 집행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자 거래 규모도 줄었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 지역 오피스 거래 규모는 5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 줄었다.

올해도 기존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는 등 어려운 여건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프라임급 오피스 수요는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프라임급 오피스가 주로 모여있는 서울 강남권역(GBD), 도심권역(CBD), 여의도권역(YBD)의 공실률은 2%대로 자연 공실률(5%)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명한 마스턴투자운용 R&S(리서치&전략)실장은 "서울 지역의 오피스 자산은 글로벌 주요 도시들에 비해 공실률도 낮고 임대료 상승률이 높아 다양한 투자자들이 눈여겨보고 있다"며 "국내 SI(전략적 투자자)들도 사옥 수요 등을 위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요 오피스 권역의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프라임급 오피스 거래가 이뤄진 곳은 삼성SDS타워(8500억원), 판교 알파돔 타워(7284억원), 콘코디언 빌딩(6292억원), 마제스타 시티타워1(5200억원) 등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다만 오피스 시장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프라임, A급 오피스의 경우 수익 조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꼬마빌딩, 소형 오피스 등 B, C급에 해당하는 오피스 자산들은 여전히 고금리로 인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유 실장은 "임대수익이 높지 않은 C급 오피스의 공실률은 높아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오래된 B, C급 자산들을 리모델링하거나 케펙스(CAPEX·설비투자)를 진행하면서 활용가치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최자령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장도 "올 상반기부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가 불거지면서 오피스 자산시장이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입지가 좋고 프라임급 오피스들에 대한 거래 위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헌 KB자산운용 부동산운용본부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신동헌 KB자산운용 부동산운용본부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K-컬쳐 덕 봤다…호텔도 유망한 투자처"
전문가들은 내년 또 하나의 유망한 투자처로 호텔을 꼽았다. 엔데믹 이후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호텔의 객실점유율(OCC)과 객단가(ADR)가 높아졌다. 내년엔 관광업황 개선 효과가 더해져 호텔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동헌 KB자산운용 부동산운용본부장은 "현재 호텔업황이 코로나19 이전까지 회복된 상태"라며 "4성급 이상 호텔의 ADR은 글로벌 호텔 대비 아직도 저평가 상태로 상승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했다. 이어 "오피스 다음으로 호텔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고 해외 투자자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호텔 매물이 거래된 건은 6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엔 호텔 매물이 대거 등장할 것이란 의견이 있다. 오피스 자산보다 변동성이 큰 편이나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복합 쇼핑몰 등과 같이 리테일 자산과 함께 운영되는 호텔의 경우 자산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실장은 "K-컬쳐의 영향으로 낮은 급의 호텔들도 OCC가 70%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호텔 부실자산, NPL(부실채권) 거래도 일어나고 변동성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레지던스, 오피스 등을 묶은 복합 자산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현대자산운용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 머큐어 앰버서더 홍대 호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KB자산운용으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라스테이 마포 역시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명한 마스턴투자운용 R&S실 실장/사진=마스턴투자운용 제공유명한 마스턴투자운용 R&S실 실장/사진=마스턴투자운용 제공
물류센터, 공급 과잉 상태 빠졌다…내년엔 해소될까?
물류센터 시장 상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좋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2022년부터 물류센터 공급량이 늘어났고 올해까지 공급 과잉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공사비, 인건비, 원가 등의 상승으로 저온물류센터의 과잉 공급량 문제가 시장의 화두로 등장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마스턴투자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수도권 신규 물류센터 공급면적은 약 429만7521㎡에 달한다. 이는 2022년 4분기까지의 공급량을 뛰어넘는 수치다.

유 실장은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물류센터 착공량이 감소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선매입 약정했던 건들의 거래가 이뤄지겠지만 그 이후엔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류센터는 지난해보다 올해에 거래량이 더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신 본부장도 "올해도 물류센터 관련 투자시장 환경은 좋지 않을 것이지만 공급 기간이 짧아 향후 2~3년 이후 수급 여건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장기 임차 혹은 개발 수요가 선별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했다.

최자령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장/사진=이지스자산운용 제공최자령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장/사진=이지스자산운용 제공
내년 리츠 유망 투자처는?
전문가들은 이런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투자자들이 선별적인 부동산 투자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상업용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기 힘들기에 리츠 등 간접투자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리츠는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는 뮤추얼 펀드다.

신 본부장은 "국내 우량 오피스를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는 리츠가 안정성 측면에서 좋을 것"이라며 "올해 금리가 인하된다면 오피스 수익성이 충분히 개선될 수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과 배당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유 실장도 "금리 스프레드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상장 리츠의 주가도 좋아질 것"이라며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담은 리츠들은 시장 상황을 꼼꼼하게 따져가면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부동산 자산은 단기보다 장기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기에 더 긴 안목을 갖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한다. 주거와 노인복지 서비스를 한데 묶은 시니어 레지던스, 미디어 제작 스튜디오 등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골고루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실장은 "산업의 기술 변화에 따라 부동산 투자도 이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시니어 사회로 가는 현재 대학, 병원, 기업들이 한데 어우러진 라이프사이언스 클러스터 등의 성장 자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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