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 용수까지 끌어온다"…일본정부의 반도체 전폭지원

머니투데이 쿠시로(홋카이도)=이재윤 기자 2024.01.03 06:15
글자크기

['옛 반도체왕국' 일본의 역습]③日정부의 전폭적 지원

편집자주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한 순간. 한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옛 반도체 제국 일본의 얘기다. 일본이 쇠퇴하는 사이 한국이 왕좌에 앉았다. 이제 일본이 움직인다. 몰락 30년만의 권토중래를 꿈꾸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와 부활 전략을 면밀히 짚어보고, 타산지석의 교훈을 살펴본다.

라피더스가 공개한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 전경. /사진=라피더스라피더스가 공개한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 전경. /사진=라피더스


일본은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라피더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3300억엔(약 3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6000억엔(5조원) 규모 추가 지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자체도 반도체 공장에 필수 요소인 용수·전력을 비롯해 주거 등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가 조성한 '반도체 보조금' 규모는 총 5조4000억엔(약 49조원)에 달한다. 일본 내 공장이나 설비를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정책 자금을 지원해 반도체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다.



2022년 8월 일본의 대기업 8곳이 합작해 설립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라피더스가 짓고 있는 신공장(IIM-1)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후발주자인 라피더스가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선두 업체를 따라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자금력'이었기 때문이다. 시미즈 아츠오 라피더스 전무는 지난해 12월 일본 홋카이도 쿠시로시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세미나'에서 "정부로 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피더스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 전경. /사진=이재윤라피더스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 전경. /사진=이재윤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도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홋카이도청은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용수 확보를 위해 지토세시 인근 토마코마이시의 용수를 끌어와 라피더스에 제공하기로 했다. 토마코마이시는 세 개의 강이 모이는 곳으로 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토마코사이시에는 반도체 산업과 협업할 수 있는 대규모 자동차 제조업 공업단지도 조성돼 있다.



홋카이도는 전력 당국과 협의해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들여다 보고 있다. 풍력·태양광 발전량을 늘려 반도체 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사용) 등 에너지 규제 해소 방안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홋카이도는 2022년 기준 일본 내 풍력·태양광 발전량 1위를 기록했고, 전체 사용 전력의 38%가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라피더스 발표자료. 메이드 인 홋카이도. /사진=라피더스라피더스 발표자료. 메이드 인 홋카이도. /사진=라피더스
홋카이도의 목표는 라피더스가 위치한 비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타무라 코지 홋카이도청 반도체전략실 과장은 "라피더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으며,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토세시는 주거 시설 확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병원과 호텔 등 주변 인프라 확충 계획도 발표할 계획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인프라와 보조금 측면에서 해외와 차이가 있다"며 "일본이나 미국을 벤치마킹해 적극적인 정책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무는 "인프라는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하는데 (한국은)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며, 보조금이 없는데 기업들이 막연히 잘 할 것이라고 믿지만 말고 실제로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타무라 코지 홋카이도청 반도체전략실 과장이 라피더스의 공장 부지 결정에 대한 안내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재윤 기자타무라 코지 홋카이도청 반도체전략실 과장이 라피더스의 공장 부지 결정에 대한 안내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재윤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