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러' 나선 현대차, 인도·인니 쉽지 않다…'일본·중국車 텃밭'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12.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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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러' 나선 현대차, 인도·인니 쉽지 않다…'일본·중국車 텃밭'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로 개척한 인도·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이 올 한해 경쟁이 거세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이 중국과 러시아 비중을 줄이면서 글로벌 사업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지만, 신흥시장도 녹록지 않은 셈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11월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3.6%에 그쳤다. 토요타가 33.1%, 그 자회사인 다이하쓰가 19%에 달한다. 그 뒤로 혼다(14.2%), 스즈키(8%), 미쓰비시(7.7%) 등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인도네시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증산을 위한 공장 설비 공사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을 짓고 있다. 동남아 전기차 생산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동남아 전기차 시장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로 발 빠르게 현지에 진출했지만 이미 중국·베트남산 저가형 전기차에 시장 점유율을 내줬다.



주요 생산거점으로 떠오른 인도에서는 '만년 2위'에서 올해 3위로 밀려날 위기다. 마루티스즈키가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현지 브랜드 타타모터스가 치고 올라왔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전문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인도 시장 1~11월 총 판매량은 80만1825대로, 타타모터스(85만9983대)에 뒤진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지난 8월 제너럴모터스(GM) 인도 공장을 사들이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인도 생산 규모를 글로벌 최대 수준인 약 14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현지 경쟁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인도·인도네시아 시장 모두 일본 브랜드가 독보적 1위로 자리 잡은 가운데 새 도전자들이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서의 성공이 절실하다. 주요 거점이었던 중국과 러시아의 대체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중국 정부의 사드 사태 보복으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중국 사업을 재편해 왔다. 한때 현대차가 중국에 갖춘 공장은 총 5개로, 연간 생산능력은 270만대에 달했지만 2021년 베이징1공장 매각에 이어 올해 충칭 공장을 매물로 내놓았다. 현대차는 향후 창저우 공장도 처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 공장(HMMR)의의 매각도 결정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에서 크레타·솔라리스·리오 등 현지 맞춤형 차종을 만들어 현지 시장에서 호평받았다. 2021년에는 기아와 함께 37만8000여대를 생산했다. 글로벌 전체 판매량의 5.8%에 달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여파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그 결과 생산량은 4만4000대에 그쳤으며, 올해는 단 한 대도 차를 만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의 뒤를 잇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 역점을 둘 수 밖에 없다. 인도는 지난해 총 476만대의 신차가 팔렸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주춤할 때 두 자릿수(18.5%)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아세안 국가 전체 인구 약 6억명 중 절반이 살고 있다. 인도·중국·미국에 이어 인구 4위(2억7700만명)다. 업계 관계자는 "두 시장의 잠재력이 큰 만큼 현대차그룹이 성장점을 찾겠다는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대체시장에서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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