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에 서울과학고에 입학한 백강현 군이 "문제 푸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됐다"는 변을 남기고 학교를 떠난 것처럼 영재학교에서 중도 이탈하는 학생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7개 과학고와 영재학교에서 중도 이탈하는 학생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21학년도에는 30명, 2022학년도 42명에 이어 지난해 45명을 기록했다. 학교별로 보면 과고는 같은기간 27명에서 34명으로 25.9% 늘었다. 영재학교는 같은 기간 3명에서 11명으로 3배 넘게 다른 학교로 전학가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개인과 학교별 특성이 달라 학업중단 이유를 하나로 말하긴 어렵지만 대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경험자들의 이야기다. 수도권 과학고에 재학했던 박씨는 "영재학교는 대부분 연구 과제를 수행하거나 커리큘럼을 스스로 운영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대부분 수시로 대학 입시를 뚫어야 하기 때문에 내신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며 "중학교 때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공부해온 친구들이 학원을 다니면서 학교 공부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과학고와 영재학교가 재학생에게 '의대 진학 포기' 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거나 의학계열 진학을 결정하면 각종 불이익을 주면서 학교를 떠나게 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재학교에서 의대에 진학할 때 장학금을 환수해야 하는 등 여러 불이익이 따른다. 학교 교육 취지에 어긋나는 진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조치가 강화되자 최근 4년새 중도이탈 학생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중도이탈 학생은 2015~2018년 196명에서 2019~2022년 319명으로 62.8% 증가했다. 2018년 이후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 의대 입학 규제가 강화되자 중도 이탈을 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