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만 빨 수 없잖아…이공계 엘리트들 34만명 한국 탈출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변휘 기자, 배한님 기자 2024.01.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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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년기획]① K-브레인 유출, 위기를 기회로
브레인 리턴시키면 '과학기술 국제화' 기회될 수도

편집자주 인구구조 급변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국가적 난제로 떠올랐다. 50년 뒤 학령인구는 현재 대비 3분의1 수준(약 280만명)으로 이공계(理工界) 인재 부족이 심각할 전망이다. 한국이 1962년부터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기를 보낸 원동력은 바로 '인적 자본'이었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인구감소와 저성장 늪에 빠져 국가 미래는 절체절명 위기를 맞았다.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신(新) 이공계 두뇌 육성책'을 모색한다.

최근 10년간 학령인구 감소 추이와 이공계 인재 유출 현황. /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최근 10년간 학령인구 감소 추이와 이공계 인재 유출 현황. /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최근 10년간 해외로 떠난 이공계 인재가 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공계 학부생을 비롯해 석·박사 고급두뇌들이 매년 3만~4만명씩 떠나는 추세다. 학령인구는 수십년간 줄은 반면 인재들의 탈(脫)한국 현상은 줄지 않아 관련 정책 보완과 새로운 두뇌 육성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이공계 학생 유출 현황'은 총 33만9275명으로 추산됐다. 이 기간 초중고·대학 학령인구는 약 940만명(2013)에서 750만명(2022년)으로 190만명(20.2%) 감소했다. 매년 학령인구는 감소해도 해외로 떠나는 이공계 '3만~4만명의 고정층'은 줄지 않았다.



특히 10년간 해외로 떠난 석·박사 고급두뇌는 9만6000여명으로 추정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2025년부터 감소하고 2050년쯤 관련 수치가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뇌는 줄고 유출은 늘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새로운 시대에 맞는 '소수정예 국내 이공계 인재 지원책'과 해외로 떠난 인력을 한국으로 '리턴'시킬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해외로 나간 인재를 국내로 유치하면 '한국의 과학기술 국제화' 기회가 될 수 있다.



26년 앞서 같은 고민을 한 독일은 1998년부터 막스플랑크연구회에서 전 세계 이공계 고급인재 확보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영국도 인재부족 문제로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학비·생활비 지원은 물론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지원한다. 결국 미국과 함께 독일·영국으로 전 세계 우수인재들이 모이고 있다.

반면 최근 10년간 한국으로 유학 온 이공계 학생은 총 18만3969명에 달하나 졸업 후 한국 체류 비율은 매우 적은 수준이다. 실효성 높은 이공계 육성책으로 꼽히는 미국, 독일, 영국의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제도 확대나 해외 우수인재 유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한국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해외 우수인재가 영주권·국적을 빠르게 취득할 수 있는 관련 제도를 보완·확대할 계획"이라며 "이공계 석·박사 인력 부족에 대비하고 핵심 연구인력 유치를 위한 기반 마련, 연구환경 개선 등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한인 과학·공학자들은 국내에 석·박사 고급두뇌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과학기술 정책 일관성 부족, 관리·평가 중심의 연구환경, 수직적인 연구문화 등이 두뇌 유출을 가속화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우수인재를 '리턴'시킬 대책이 사실상 무늬만 존재하고 국내에 있는 해외 우수인재를 정착시킬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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